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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식 Jan 24. 2021

첫 느낌을 기억하나요

바스코 <첫 느낌>


그러니까 지난 주말, 인생 첫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장 자끄 상뻬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따릉이를 빌려 뚝섬한강공원을 향해 갈 때는 마치 피크닉을 가는 것 같았다. 설렘과 흥분이 뒤섞여 빨라지는 발걸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걸었다. 콧노래도 흥얼흥얼거리며, 오늘 안에 마스터하면 맛난 걸 사주겠다며 큰 소리를 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리저리 뛰노는 어린 아이들도, 신이 나서 냄새 맡으며 돌아다니는 강아지들도 어찌나 사랑스러워보이던지.


하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니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니까, 처음이었다. 가르쳐주는 사람도 가르치는 게 처음이고, 배우는 사람도 배우는 게 처음이니 무언가 살짝씩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몸에 잔뜩 힘을 준 채 안장에 앉아있으니 잡아 주는 사람은 배로 힘들고. 어린 장애물들과 네발 달린 장애물들은 속도 모르고 꼬리 흔들며 뛰어들기까지 하고. 배움의 속도가 더딘 만큼 아주 빠르게 지쳐갔다. 애를 쓰고 있지만 뭔가 진전이 없는 상황이랄까.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자전거 쉽게 배우기'로 검색해 나온 결과를 참고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페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양발을 구르며 균형 잡기가 첫 단계라고? 땅을 발로 차며 자전거를 질질 끌고 가는 이 자세가 어떻게 균형감을 배우는데 가장 좋은 자세라는 거야 투덜거리며, 그나마 인적이 드문 짧은 코스를 한 시간 정도 왔다 갔다 했을까.




어느 순간 페달에 발을 올리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스스로를 발견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전환이었다. 완전히 발을 떼고 있던 순간은 물론 무척 짧았지만 분명히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와 마주한 느낌. 그래서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되었다는  느낌. 이를테면 '처음의 감각'. 이런 기분은 너무 오랜만이라 잠시 울컥하는 기분도 들었다.

처음의 감각들을 떠올려본다.  만남이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맞이한 처음들. 한번 지나가고 나면 다신 오지 않기에 쓸쓸하고 아름다 처음들을.


우리는 각자의 처음을 통해 어떤 세계들을 만났다. 어떤 처음은 때론 너무 아팠을 거고, 어떤 처음은 너무 소중하고 그랬었겠지. 그렇게 이전과는 다르게 되는 과정을 거듭하며, 지금의 여기까지 이르게 됐고 서로를 마주하게 됐다.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인 지금의 우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


2018년에 작성한 글로. 지금의 저는 자전거 타고 북한산까지 간다거나, 행주산성을 간다거나 하는 파워 라이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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