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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읍 Jul 08. 2023

내게 남은 사과를 드릴게요

미뤄왔던 일들을 먼저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진심 어린 사과(찐사과)는 Sorry가 아니라, I Was Wrong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by 쓰읍


비교적 짧은 창업을 마무리하고 제일 처음 한 일은 연락을 돌리는 것이었다. 당시 업무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에게 하는 감사인사보다는(이들에겐 식사를 대접하며 따로 얘기를 나눴다), 그전에 같이 일하면서 나 때문에 고생했을 주변인(이라고 썼지만 직전 회사 팀장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짧게 숨을 두 번 들이마시고, 길게 한 번 내쉬었다. 이윽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연락처 목록에 팀장이라고 검색했다. ㄱ(기역)으로 시작하는 이름이었기에 첫 페이지에서 이름을 발견했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순간, 번호가 바뀌었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팀장 : 여보세요? 어.. 오랜만이다. 무슨 일이야?



쓰읍 | 네, 오랜만이에요. 별 건 아니고, 사과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직접 모든 걸 기획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해보니, 업무 자체만으로도 힘드셨을 텐데 하필 저랑 일하느라 더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거든요. 제가 틀렸던 것들에 대해

팀장 | 아..ㅋㅋ 일하는 건 좀 어때? 좀 빡센가?

쓰읍 | 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더 빡세더라고요. 정확히는 제가 뭐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는 핑계로 계획 자체를 미루더라고요. 결국 역량(업무적 역량보다 주로 해결하려는 태도 쪽)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하다가, 추가 투자까지 가보지 못하고 접기로 했어요.

팀장 | 주변에서도 요즘 상황이 안 좋아서 많이 접는 추세더라고, 업종 가릴 것 없이. 쉬운 결정 아니었을 텐데, 고생했어. 그리고 나도 서툴렀어. 너뿐만 아니라, 팀원을 대하는 게 서툴렀고 어려웠어. 그래도 이렇게 연락 줘서 고마워.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그게 너일 줄은.

쓰읍 | 네, 받자마자 끊으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하고 나니 후련하네요. 바쁘실 텐데 이만 끊을게요. 또 연락드릴게요. 감사해요.


물론, 저게 마지막 통화였다. 그래도 좋았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나 스스로가 했던 실수에 대해 인정하는 첫걸음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 기준은 여전히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다음은 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할 만한 분들(다음에 같이 해요 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한 모든 대표자)에게 연락을 돌리는 것이었다. 단순-반복의 연속이었기에, 전달하는 내용은 최소화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곧 이직 FA 시장에 나올 예정인데, 관련하여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통화 어려우시면 메시지로 간단한 내용 먼저 남겨두겠습니다.


약 20명의 대표자에게 연락을 돌렸고, 대부분의 답변은 이러했다. | 출처 : 구글(무한도전)


결론적으로는, 일정을 쪼개서 하루에 최소 2명씩 만나며 한 달 정도를 술과 음주로 보냈다. 이후 돌아온 답변은 아래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었고, 이직 FA시장에 A와 B를 번갈아가며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한 가지 사실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일로 만난 사이였지만, 정작 일(업무)을 진행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협업 시에도, 다른 담당자와 일했던 형태가 전부) 들떠있던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졌고 이내 조심스러워졌다. 그들의 소프트 스킬(주로 의사소통이나 갈등해결)은 어느 정도 일까? 하드 스킬(주로 직무 관련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습관들을 갖고 있지? 반대로, 이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은 어느 정도일까?


물론, 1차 미팅 이후 관련 업계에 있는 팀장급에게 기업별/대표별 피드백을 요청했었지만, 상세한 답변은 듣기 어려웠기에 짐작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2차 미팅 시 내 쪽에서 역제안을 했다.


서로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스킬이 다를 수 있으니,
최초 3개월 업무 진행 후 서로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건 어떨까요?


이들 입장에서는 속된 말로 간을 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급여의 80%만 받겠다고 했다(인사/노무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 이외에는 모두 동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휴램 이선희 대표님, 여전히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렇게, FA시장에 다시 나온 나는 감사한 제안을 하나씩 톺아보기(샅샅이 살펴보기)로 했다.






다음 글에선 n개월씩 근무하며 얻은 경험들(시행착오 등) 위주로 소개해볼게요.

남은 오늘도 소중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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