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출판에 처음 관심을 가진 때가 10년도 넘는 것 같다. 에세이가 아닌 프로그램을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을 만들려고 했었다. 잠깐 가졌던 관심이라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그때도 내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막연한 결심조차 하지 않았다. 주위에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도 독자로 남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읽는 사람으로만 존재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4년 11월 블로그 시작, 2025년 1월 브런치 작가 승인 이후 독립출판까지 시도하게 되었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독립 출판을 할 다른 작가님들을 만나는 첫날, 무거운 랩탑과 가벼운 마음을 품고 목적지로 향했다. 어떤 책을 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각자가 가진 주제가 달라 신기했다. 책 쓰기에 대한 대화를 나눠서인지 하고 싶은 말들이 마구 생각났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자려고 누운 이불 위에서도 무언가가 자꾸 떠올라 나와의 채팅에 계속 적었다.
나와의 채팅에 쓰면, 쓸 때는 편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그동안 고민하던 스크리브너 앱 결제를 결국 해버렸다. 은근히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에 망설였지만 정돈된 글쓰기 생활을 위해 인앱결제를 한 것이다.
글쓰기나 사진 촬영을 하여 업로드하는 SNS들과 같이 묶어놓았다. 노션은 필기용.
스크리브너 앱에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문서 여러 개를 생성할 수 있다. 왼쪽 아이콘도 설정할 수 있는데, 문서의 성격에 맞게 바꾸는 것도 재미다. 랩탑에도 설치하여 연동할 수는 있으나 비용이 또 추가된다고 하여 포기. 자주 쓰는 휴대폰에 정리하는 것으로 일단은 만족하는 수밖에. 앞으로의 글은 스크리브너 앱으로 정리하면 되지만 책으로 만드는 글들은 블로그와 브런치에 흩어져있다. 그것들을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한 데 모은다.
그전에, 판형을 정해야 한다. 120*120의 크기로 정했지만 바꿀 수밖에 없었다. 누드제본이 아니면 펼쳐 보기 어렵고, 억지로 펼쳐서 본다 한들 혹시라도 낱장분리가 될 것이 걱정이라서. 연이어 자연스레 상상이 되었다.
내 책이 독립서점 한 곳에 입고되어 꽂혀있다. 누군가 들어와 호기심에 내 책을 집어 들고 읽다가 구매한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잘 보이지 않아 확 펼친다. 계속 읽는데 한 장이 툭 떨어져 나온다. 구매처로 전화한다. 환불을 요청한다.
그런 일은 벌어지면 안 되기에 판형을 바꿨다. 정사각 판형의 누드제본은 다음에 기회 될 때 하기로 하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도 책에 넣는다.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사진을 넣으려면 포토샵 작업을 해야 한다. 그전에, 사진도 먼저 라이트룸으로 보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책 한 권이 나오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든다는 것은 알았지만, 몸소 체험하니 많이 버겁다. 글만 쓸 때는 글이 문제였는데, 책을 만들려니 표지부터 구성까지 생각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혼자 하면 힘들지만 함께 하는 작가님들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마감일을 지켜야 하는 부담감이 있고 아직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여도 나름 재미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부족해도 일단 한다.
사실, 책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신 독서모임 선생님들이 계신다. 덕분에 독립 출판까지 배우게 되어 감사하다.
나의 첫 책, 나올 때까지 나온 게 아니다. 완벽주의는 버리고, 지치지 말고 쭈욱 가자. 글쓰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