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미로 안에 있었다. 정확히 언제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길은 이미 복잡했고 멈춰 서 있기엔 너무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미로의 벽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높이는 늘 일정했다. 고개를 들어도 넘어갈 수 없었고 손을 뻗어도 끝이 닿지 않았다. 선택지는 많아 보였지만 막상 발을 들이면 비슷한 길들이었다.
갈림길 앞에 설 때마다 잠시 멈춰 섰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 수 없었다. 표지판은 있었지만 의미가 분명하지 않았다. 남들은 그걸 보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정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괜히 잘못된 쪽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발걸음은 점점 조심스러워졌고 움직일수록 안쪽으로 더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이 미로는 당연한 공간처럼 주어졌다. 모두가 여기서 길을 찾고 있었고 나도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어느 길을 지나왔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점검받는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는 걸음을 멈추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끝에 도착해야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다들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 미로에서만 살아야 하는 걸까. 이 길 말고 다른 방식으로 걷는 건 정말 불가능한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벽에 둘러싸인 이 구조 안에서 하나의 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일만이 유일한 해답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확신이 늘 낯설었다. 왜 반드시 그곳이어야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로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벽의 표면에는 긁힌 자국들이 있었고 바닥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겹쳐 있었다. 나보다 먼저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 같았다. 어떤 자국은 곧장 이어졌고 어떤 자국은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그걸 보며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안에서 길을 잃는 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이후로 조금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방향을 정하기 전에 주변을 더 살폈고 잘못 들어선 길에서도 서둘러 자신을 탓하지 않았다. 돌아 나오는 길 역시 내가 걸어온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로는 여전히 복잡했지만 더 이상 나를 몰아붙이는 공간은 아니었다. 길을 찾는 방식에도 저마다의 리듬이 있다는 걸 그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이 미로를 걷고 있다.
끝은 보이지 않고 벽은 높다. 하지만 예전처럼 막막하지는 않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헛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속도로 발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