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꽤 나약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속으로 바랄 만큼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이유 없이 우울한 날들이 이어졌고 그 감정은 점점 커져서 마치 세상의 불행이 전부 나에게만 쏟아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손끝으로 넘길 수 있는 그곳에는 언제나 밝은 장면들이 먼저 보였다. 잘 정리된 일상, 웃고 있는 얼굴들, 걱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 모두가 제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그 장면들 바깥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현실의 무게와 대비될수록 그 풍경은 더 선명해졌고 그만큼 마음은 더 가라앉았다.
비교는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졌다. 누군가의 평온이 나의 불안과 겹쳐질 때 나는 그 평온을 곧이곧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미워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미워했고 이유 없이 잘 지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들이 조금 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 마음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의 나는 그 감정을 멈출 힘이 없었다. 불행을 나누고 싶었다기보다는 나만 이런 상태가 아니라는 증거가 필요했던 것에 가까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이는 장면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게 됐다. 짧은 순간을 잘라낸 화면 뒤에는 저마다의 사정과 말하지 않은 날들이 이어져 있다는 걸 그제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미움이 결국 나를 더 고립시키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감정을 정리할 방법을 몰랐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도 서툴렀다. 그래서 가장 쉬운 방식으로 마음을 흘려보냈고 그 방향이 타인이었던 것이다. 이해한다고 해서 가벼워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면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약했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이제는 그때의 나를 돌아보며 반성한다. 이유 없는 미움을 품었던 나 자신과 그 미움이 향했을지도 모를 사람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안한 마음을 건넨다. 그들의 하루를 나의 기준으로 재단했고 나의 불안함을 이유로 누군가의 행복을 불편하게 바라봤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겠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다만 예전처럼 쉽게 남의 삶을 부러움과 미움의 경계에서 흔들리지는 않는다. 각자의 불행과 행복이 같은 모양일 수 없다는 것과 겉으로 보이는 장면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나는 그 시절을 지나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잘해왔다는 증명이 아니라 솔직해지려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