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버클리- 2주 리포트

2009.3.15.

by 순이

이곳,에 도착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뒤 벌써 두번째 주말을 보내다.

이곳도 똑같은 사람 사는 곳인지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바쁘게 보내다 보니,
결국 이곳이나 저곳이나, 다른 것이 별로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든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그러하듯, 여태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혹자는 설레임이라고 하지만, 설레임과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니, 모두 스트레스 라는 감정의 카테고리 안에 포함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처음 한주간은 계속 꿈을 꿨다. 그것도 내가 너무 급박하게 이곳으로 나왔던 기억을 강하게 반영하면서,
늘 한국에서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 실험이던가, 방문이던가, 여행이던가- 하고 있다가, 불현듯,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시간을 놓치기 일보 직전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꿈을 깨는 것이다. 날짜가 지나갈수록 꿈속에서는 내 친구들, 가족들이 번갈아 등장하고, 그 와중에 배경은 점차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어 가니, 참, 내 뇌가 서서히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이곳 생활 2주를 경험하면서, 가장 곤란했던 부분은 언어의 장벽이란 것인데, 여태 공부라는 걸 하면서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자면, 그것도 늘 있어왔던 것에 불과하다고 한편으로 가볍게 넘겨버리면 그만인 것일테다. 그들에게 내가 이방인이듯, 그들은 나에게 이방인이니까.
그래도 같은 공부를 한다는 것이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문명화된 인간들을 그나마 하나로 통하게 하는 힘이 있으니,
다시금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달까.

한편으로 조그마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이점이 있으니,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보다 더 끈끈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되서,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
이곳에서 만난 한국 분들은 너무나 다들 좋으시고, 또 새로 이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낯선 나에게 너무나 따스하게 대해 주시니,
진정 감사해야 할 수밖에. 특히나 나의 집 주인 아주머니는, 정말 최고로 나에게 잘 해 주시는데, 매일 늦은 저녁에 맛있는 식사거리라든지,
하나에서 열까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시니, 이 감사함을 어찌 표현할지.
연구에 있어서도 많은 실험실 사람들, 학교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도움을 주시려 하고,
좋은 선배들, 언니, 오빠, 혹은 박사님, 선배님, 모두들 너무나 아낌없이 챙겨 주시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수밖에.
물론, 인간관계는 늘 어렵기 마련이니까, 나 또한 서서히 어우러짐을 배우는 중이다.

벌써 이곳에서 운전,과 주차,란 것도 해 보았고,성당에서 미사도 드려보고, 교회에서 예배도 드려봤으며,
코스코와 한국 마켓에서 장도 보고, 밥도 하고, 요리도 하고, 도시락도 싸서 다니고,
새로이 한국 분들도 만나보고, 미국인-중국인-대만인-독일인- 등의 새로운 실험실 사람들도 만나보고,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진 미국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감동도 해 보고, 지겹게 비가 오던 날도 있었으며, 짙은 안개가 내린 밤에 무서워하며 너무나 고요한 집으로 달려 들어오기도 하고,
학교 근처에 계신 선배 언니네서 하룻밤 신세도 지고, 또 샌프란에 계신 선배 언니께도 같이 가서 큰 쇼핑몰과 영화관도 가보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혼자서 청소하고 집안 정리에 시간을 보내고, 새로 장만한 핸드폰 사용법도 익히고, 이리저리 이것저것 집안을 꾸미는 재미도 느껴보고,
실험실 안전 교육과 기나긴 인터넷 실험 동물 교육과, 보험과 세금에 골치아파 하다가,
이것저것 등록을 위해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울창한 나무와 졸졸 시냇물 소리가 끊임없는 역사깊은 캠퍼스의 햇살에 반해 보고,
새로 공부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에 어리벙벙해 하고, 또 세미나 들어가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잠시 좌절했다가,
실험실에 늘 있는, 까다로운 사람들이 텃세를 부려서 힘들어질라 하면, 한편으로 이를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지난번 함께 관광했던 교수님의 세미나에 감동하다가, 다시 리셉션에서 만나뵙고는 부끄러워 제대로 인사도 못나누고,
한국어 소설책을 언니네서 빌려와서 읽다 보니, 새소리와 조용한 이곳 엘세리토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기도 하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사실, 그렇네- 아직 외롭거나 하지 않은걸까? 혼자 생각도 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예전 기억에 피식 웃음도 나오고. 또 영화 속 뉴욕시티를 보자니, 갑자기 그때와 같이 미국 땅에 있다는 데 가슴 뭉클해지기도 하고,
유튜브로 실시간 한국 티비를 방영해 주는 곳도 친구 소개로 알게되니, 또다른 놀거리가 생겼잖아. 기뻐하다가,
골치아프던 차 문제도 어느덧 해결되어 가고, 다시 골치아픈 지난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바라보며 답답해 하다가,
ipod에 저장해 둔 익숙한 한국 노래에 마음의 위안을 삼으니-

사실은, 한국에서나 이곳에서나 마찬가지-
나의 운명, 혹은 나의 성격, 혹은 나- 로구나. 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많이 감사한다. 이렇게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게 해 주심에.
Thanks a lot.

그와중에 또 떠오르는 말-
"알아?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자연이 치유해준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집' 중에서-

이곳은 즐거운 나의 집, 나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