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미술관 순례>를 해보기로 했다. 많이 보다 보면 안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국립미술관, 시립미술관 등을 차례로 돌아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우선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고 시작했지만 월요일 휴관인 곳이 많아서 오늘은 월요일에도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왔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고 있어 운치 있는 날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경복궁 바로 옆인데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900미터만 가면 된다고 해서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건지 방향 감각이 없어 한참을 헤맸다. 헤매다 간 곳은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옆이었다.
서울관에서는 세 가지 테마로 전시회가 열렸는데,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 <올해의 작가상 2021> 전, <아이 웨이웨이> 전이다. 처음에 이건희 컬렉션을 보고 싶었는데, 4월 13일까지인 전시가 전일 전회 매진이라 포기했다. 그래서 <올해의 작가상>과 <아이 웨이웨이> 전을 보러 갔다. 하지만 중국인인 <아이 웨이웨이> 전보다 한국인 <올해의 작가상 2021>이 더 어렵게 느껴져 <아이 웨이웨이> 전에 대해서만 쓰려고 한다.
아이 웨이웨이는 반체제 작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서 태어나 지금은 중국을 떠나 유럽 쪽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중 1위이고, 하루 방문자가 10만 명이나 되는 유명한 블로거이다. 중국 공안당국에 구금당했을 때조차 폭행당한 모습을 날것 그대로 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 내용 중 <원근법 연구>에는 세계 각국의 명소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다. 미국의 백악관, 프랑스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그중에서도 천안문 광장을 향한 손가락 욕이 제일 유명하다고 하겠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이 <검은 샹들리에>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 섬에서 유리공예의 장인들과 협업한 작품으로 화려한 유리가 아닌 빛을 흡수하는 검정 유리로 만든 샹들리에이다. 샹들리에에 걸린 것도 인간의 두개골과 뼈, 동물의 뼈 등으로 만들어져 샹들리에의 개념을 완전히 전복시킨 작품이라고...
<민물 게>는 아이 웨이웨이가 자신의 스튜디오를 폐쇄시키고 구금된 상황에서도 이벤트에 초대된 사람들로 하여금 도자기로 된 민물 게를 먹는 시늉을 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민물 게는 중국 공산당이 모토로 하는 '화해'라는 구호의 발음과 같다는데 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고...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과 <도자기 접시> 그리고 <빨래방> 등에서는 난민에 대한 그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도자기라는 고풍스러운 작품 속에 난민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빨래방>에는 이도메니라는 곳에 머물던 난민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면서 두고 간 옷과 신발들을 모아 깨끗이 빨아 전시한 작품인데, 그들이 어느 곳으로 가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표한 작품이라고...
그리고 그리스의 레스보스에서 난민들이 벗어놓고 간 구명조끼를 모아 뱀의 형상을 만들었다는 <구명조끼 뱀>은 탈피한 뱀의 껍질처럼 남겨진 구명조끼를 통해 그들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한대 도자기 떨어뜨리기> 작품은 기원전 시대의 도자기를 떨어뜨림으로써 수천 년 전의 유물을 훼손한다는 의미로 충격을 주었던 작품인데, 나는 이것을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 도자기 안에 담겨야 할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그리고 내용보다 아름다움만 추구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고 할까?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아이 웨이웨이> 전에서는 아이 웨이웨이라는 작가가 하고자 한 것은 감성적인 미술이 아니라 행동하는 미술이었고, 개인적인 차원의 미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생각, 중국 안에서부터 세계로 향하는 그의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었다고. 그래서 더 좋게 느껴졌다. 글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화가(그림만 그리는 화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서 차라리 미술 작가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도 뭔가 사회적인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미술관 바닥에 적힌 <인용문> 중 소크라테스가 한 말 "나는 그리스인도, 아테네 인도 아니다.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라는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아이 웨이웨이> 전은 나를 반성하게 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또 써야 하는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