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한국해운조합 <섬 여행 공모전>
해마다 4․5월이면 북에서 내려오는 겨울철새가, 남에서 올라오는 여름철새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곳. 그곳이 바로 어청도이다. 우리나라 새의 절반이 이곳을 지난다고 한다.
어청도는 군산에서 배로 2시간 반 걸리는 곳에 있다. 평일에는 들어오고 나가는 배가 한 편씩 있고, 주말에는 두 편씩 있다. 그나마 파도가 3m를 넘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그래도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꼭 가고 싶어하는 곳. 그곳이 어청도다.
직장생활과 병간호까지 하느라 이제야 여유가 생긴 우리 부부는 올해는 꼭 어청도 섬 탐사를 가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4월 말이면 새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아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 계획을 세웠다. 바람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아 하루를 더 묵어 귀한 새를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1. 어청도를 들어가는 날
어청도에 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군산으로 향했다. 멀미를 할까 봐 빵과 우유로 아침을 대충 해결하고, 7시 넘어 군산항에 도착했다. 9시 출발하는 배이고, 사전 예매를 진행하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배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1시 반쯤 어청도에 도착했다. 식당과 민박을 겸하는 곳에 짐을 풀고,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웠다. 어청도초등학교 가는 길에 검은지빠귀와 대륙검은지빠귀를 만났다. 나름 귀한 새인데, 바다로 나가는 하수구 물줄기에서 몇 마리가 보였다. 어청도 초등학교에 올라가니, 교문앞 나무 두 그루가 얽혀있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등대 쪽으로 가려다가 해안가에 작은동박새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리로 향했다. 해안가에는 테크 길이 아주 멋있게 놓아져 있었다. 테크 길 끝까지 걸어가며 바다와 섬이 만들어 내는 풍광을 감상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고 기분좋은 봄날이었다. 어청도 둘레길 2코스를 걸었다. 남편은 새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경치를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안가에 있다는 작은동박새는 나는 눈으로만 봤고, 남편은 다음날에야 보고 찍었다.
2. 둘째 날
아침을 먹고 민박집에서 일찍 나온 나는 어청도 등대를 가 보기로 했다. 섬 너머로 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고, 적당히 땀도 나고 경치도 좋았다. 섬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멋졌다. 하늘과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이 볼만했다. 섬을 넘어가니 어청도 등대가 외롭게 서 있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었고, 나 혼자 온 섬을 차지한 기분이었다. 또 등대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더할 나위 없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내려오는 길에 팔각정 쉼터에서 쉬다가, 힘들긴 하지만 공치산 길로 내려가 보고 싶었다. 야생화를 찾아 즐기며 내려오다가, 공치산 가는 길에서 찍은 한반도 지형의 풍광이 너무 멋졌다. 공치산을 지나 목넘쉼터로 내려오니 어제 걸었던 해안가 길이 나왔다.
민박집에서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고 둘레길 3코스를 가보기로 했다. 오전에 내려온 목넘쉼터로 올라가니 안산을 넘어 검산봉이 있고, 그 끝에 동방파제가 있었다. 방파제가 있는 곳은 계단이 너무 가파라서 내려가지는 않고 다시 돌아왔다. 오던 길을 되돌아 생넘쉼터에서 해안가로 내려왔다. 내려와서 전화를 하니 염주비둘기(나중에 사진을 살펴보니, 염주비둘기가 아니라 홍비둘기였다)가 있다고 빨리 오라고 해서 갔다. 비둘기가 발 앞에 있었는데도 달아나지 않고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3. 셋째 날
아침 일찍 초등학교로 올라가 한번 더 새들을 만나고 내려오는데, 오늘 배가 결항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남편과 나는 한편으로는 걱정하면서도 내심 기뻐한 것 같다. 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하루 더 묵고 가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약과 옷 등 준비한 물건이 하루치뿐이니, 내일은 꼭 배가 뜨기를 바랄 뿐이었다.
남편은 다시 새를 찍으러 가고 나는 4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항구 앞에 있는 테크 계단을 올라 헬기장을 지나 봉수대를 거쳐 1코스 팔각정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아 기분 좋을 만큼의 바람을 맞으면서 다녀왔다. 숙소에 와서 쉬고 있는데, 남편도 어청도 등대를 다녀오고 있다며 좋은 경치를 구경했다는 연락이 왔다.
점심을 먹고 어청도 서방파제 끝까지 갔다가, 어청도항이라는 빨간 글씨가 인상적인 곳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숙소 사장님께 들으니, 몇 년 전에 빨간 글씨의 포토존 쪽에 귀한 새가 찾아와 한 달을 머물다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세계 곳곳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어청도가 들썩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말씀해 주셨다.
4. 마지막 날
나오는 날은 토요일이라 배가 두 편 운항되기 때문에 우리는 오후 배로 나가기로 했다. 오전에 날씨가 너무 좋아 오후에도 배가 뜰 것이라 예상은 되지만 오후 배가 결항이면 난처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조금 더 새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오후 배를 타기로 했다. 오전에는 해안가 테크 길 끝에 붉은가슴울새가 있었다며 가보자고 해서 갔는데, 떠났는지 보이지 않고 큰유리새와 물총새 등만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을 먹으러 왔다.
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팔각정에 가서 어청도 경치를 보면서 컵라면을 먹기로 하고 올라갔다. 가는 길에 대박이 났다. 남편은 흰배뜸부기를 만나고(몇 컷을 찍고 달아난 새를 찾아다녔지만 다시 만나지 못함), 금방 섬에 도착한 듯한 새들을 만났다. 황금새도 몇 마리 보이고, 쇠유리새도 보였다. 그러다 남편이 진홍가슴이라고 소리치며 셔터를 눌렀는데,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오후 배를 타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그 때문에 귀한 새를 몇 마리 더 만난 것 같아 기뻤다.
4시 반 배가 7시쯤 군산에 도착했고, 우리는 유명하다는 짬뽕집에서 저녁고 먹고 이성당에서 단팥빵도 선물로 돌릴 수 있게 되어 어청도 3박4일 일정을 모두 순조롭게 마쳤다. 5월 중순까지 새들이 계속 들어온다고 하니, 또한번 갈 기회가 될지는 좀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5. 어청도의 야생화
6. 어청도 여행에 대한 제언
1) 어청도는 봄에 새를 찍는 사람들과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봄철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숙박 및 식당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묵은 양지식당 민박은 시설도 깔끔하고 식사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예약하려는 사람들이 방이 없다고 다른 데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2) 사진을 찍는 사이 등산을 했는데.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혼자서도 충분히 경치를 즐기며 다닐 수 있었다. 새도 즐기고, 야생화도 즐기기에 봄의 어청도는 더할 나위 없었다.
3) 바람이 불어 하루를 더 묵었다. 우리는 묵는 것이 좋았지만, 준비 없이 들어왔다가 못 나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한 배편이 마련되어 못 나가는 일이 없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