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만 듣던 벙어리뻐꾸기를 처음 만나다

- 어청도 한 달 살이 23일 차

by 서서희

소리로만 듣던 벙어리뻐꾸기를 처음 만나다

- 어청도 한 달 살이 23일 차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오늘은 비가 안 올 거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또 예상이 빗나갔다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해

오늘 하루도 배가 결항

나가려던 분들 모두 발이 묶였다

벌써 4일째 배가 뜨지 않았다

내일도 배가 뜰 거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현재는 미지수

내일 배가 뜨지 않으면

곤란한 분들이 많다고...


마을에서는 배가 안 뜨기 때문에

내일 예정된 어버이날 행사도

9일로 연기한다는 방송이 있었다


이래저래 심난한 아침이었다

오전에 학교 운동장에서

무당새를 만나려고 기다리는데

테크길에 노랑부리백로가 있다는 소식

달려가 노랑부리백로를 만났다

하지만 우산 없이 나갔다가

비가 쏟아져 테크길에 발이 묶였다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아

쫄딱 맞고 집으로 올 수밖에...


젖은 겉옷을 벗어놓고 우비를 챙겨 입는데

흰눈썹울새가 보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신흥상회 옆 밭에서 먹이를 찾는 흰눈썹울새

작년 천수만 두 달 살이 중

거의 매일 만난 흰눈썹울새

가슴의 색깔도 가지가지였는데

오늘 만난 흰눈썹울새도 색이 너무 예뻤다

'잘 익었다'라고 표현한다

흰눈썹울새를 찍는데

멀리 나무에 앉은 흰꼬리딱새도 보여

멀지만 카메라에 담고 들어왔다


점심을 먹고 테크길을 돌며

꼬까참새도 만나고

제비딱새도 만나고

동박새도 만났다

그러다 벙어리뻐꾸기가 가까이 있다는 소식

그동안 먼 산에 있는 줄만 알던 벙어리뻐꾸기를

테크길에서 보게 될 줄이야...


여름이면 산에서 들리는 이상한 새소리

무슨 새인지 물으면

벙어리뻐꾸기라고...

뻐꾸기는 '뻐꾹뻐꾹' 하고 우는데

벙어리뻐꾸기 소리는 전혀 달랐다

'꾸국 꾸국'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는데...

오늘 그 새 '벙어리뻐꾸기'를 만났다

뻐꾸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만난 뻐꾸기는 줄무늬 있는 검은색이었는데

오늘 만난 벙어리뻐꾸기는 줄무늬 있는 밤색이었다

책을 찾아보니 암컷 중 적색개체라고...


왜 벙어리뻐꾸기라고 하는지 찾아보니

보통 뻐꾸기같이 뻐꾹뻐꾹 소리를 못 내서

벙어리뻐꾸기라고 한다고...

벙어리뻐꾸기는 한국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서 겨울을 보낸다고 하는데

봄이 되면 4000킬로에 달하는 그 거리를

다시 날아오니 대단한 벙어리뻐꾸기다


뻐꾸기 종류들이 주로 탁란을 하는데

둥지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게 먼 거리를 다녀야 하기 때문인가?

그래도 탁란은 비인간적(?)이다

남의 새끼를 없애면서까지

내 새끼만 키우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하지만 그것도 인간이 이해 못 하는

자연의 생태인 걸...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처음 보는 벙어리뻐꾸기를 만나

기분 좋은 하루였다


눈매가 매서운 노랑부리백로
잘 익은(?) 흰눈썹울새
흰꼬리딱새
큰밭종다리
벙어리뻐꾸기 암컷 적색개체
파랑새
어청도에서 두 번째 만난 후투티
아직 실물을 보지 못한 무당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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