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해도 구시로 학거촌(鶴居村) 두루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로망 중 하나가
북해도 구시로 학거촌의 단정학 사진이다
일본항공 JAL의 로고인 단정학!
하얀 눈밭에서 노니는 두루미
내려앉으면서 목을 젖히는 우아한 자태
내리자마자 힘들 때 소리를 내며 나오는 하얀 입김
어떻게 찍어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체감온도 영하 15도
새벽 6시부터 좋은 자리에서 찍고 싶어
삼각대를 세우고도 자리를 이동하지 못하니
발바닥 핫팩, 주머니에도 핫팩, 발등에 붙이는 핫팩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가도 덜덜 덜덜 떨리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운이 좋아 두루미 짝짓기 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볼 수 있어(비록 뒷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삼 일간 오전만 찍었는데
이틀은 하얀 눈밭에 청명한 날씨라
사진 찍기 좋은 날이었고
하루는 눈이 오고 바람이 강한 날이라
눈(snow)에 초점이 맞아 사진은 건질 게 없었지만
눈(eye)으로는 멋진 풍경을 눈이 시리도록 볼 수 있었다
두루미 속에 재두루미 한 마리가 섞여 다녔는데
이틀 동안 얌전하던 재두루미가
마지막 날엔 두루미 흉내를 내며
날개를 펴고 춤을 추기도 하고
두루미들과 힘겨루기도 하고
두루미를 떼로 몰아내기도 했다
나무의 검은 그림자를 배경으로
예쁘게 포즈를 취한 두루미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많은 두루미 속이라 앞에서 가리고 뒤에서 가리고
두루미가 예쁘면 배경이 멋이 없고
배경이 멋있으면 두루미 포즈가 예쁘지 않으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구시로에서 한 달 살이도 한다는 말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는데 나중에는 믿을 수밖에...
수없이 셔터를 눌렀지만
실제로 마음에 드는 사진은 몇 장 안 된다...
그래도 두루미를 보면서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여행이었다
두루미도 원 없이 보고
유빙 위에 참수리도 보고
암수 두 마리 긴점박이올빼미도 보고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던 바다꿩도 네 마리나 보고
북방쇠박새(?)도, 흰머리오목눈이도 만난
6박 7일의 북해도 여행!
함께 해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