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푸른바다직박구리를 만났다
아침 일찍 남편의 전화
좋은 소식이 있다는 얘기
푸른바다직박구리가 나타났다고
해양경찰서 앞으로 나오란다
아침을 준비하다 말고
부리나케 카메라를 챙겨서 나가니
6명만 찍고 산 너머로 날아갔다고
쓰레기장에 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가신 분이
한 번 보고는 또 날아갔다고 연락이 왔다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쓰레기장에서 기다렸지만
푸른바다직박구리는 감감무소식
포기하고 들어와
점심을 먹고 치우고 있는데
집 앞 선착장에 푸른바다직박구리가 있다고...
치우지도 않고 나갔더니
이미 날아간 상황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먹이활동을 했으니
다시 올 거라고 해서 조금 기다리니
바위 끝에서 보이는 게 설마...
푸른바다직박구리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날아가더니 탐방센터 지붕에 앉았다가
또다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하고는
저 멀리 테크길로 날아갔다
테크길에 계시던 분들이
가까이서 잘 찍었다는 후문
테크길을 돌며
어제 본 흰꼬리딱새를 다시 만나고
흰눈썹황금새 날개 색깔이 다른 개체를 만났다
어린 새인지 다른 새인지 궁금해서
핸드폰으로 확인하니
흰눈썹황금새 1회 여름깃 수컷으로 나온다
검은색만 보다가 처음으로 다른 색의 흰눈썹황금새를 보았다
테크길 끝에서 더 기다리니 개개비도 보이고
솔새인지 개개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개체도 보았다
하루를 마감하고 들어와
푸른바다직박구리를 찍은 기념으로
(많은 분들이 푸른바다직박구리 종 추가 기념)
있는 반찬을 모두 모아 집에서 파티를 했다
차린 건 우리가 준비한 반찬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들어오신 분들이 가져다 주신
김치와 오이소박이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저녁을 함께 하는 분들이 가져다주셨다
한 분은 직접 키우신 상추를
다른 한 분은 어머님이 직접 쑤신 도토리묵과 오이와 과일, 커피를
또 한 분은 지난번에 들어올 때 가져온 돼지고기와
(지난번에 먹고도 반 이상 남아 오늘도 먹고 또 남았다)
거기에 오늘 산에서 따다 주신 미나리까지
우리는 그동안 담근 달래장아찌와 무짠지 등을 내놓아 곁들이니
푸짐한 성찬이 되었다
어청도에서 새를 찍는 사람들의 로망은
이제까지 육지에서 만나지 못한 새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그 로망을 이뤘다는 점에서 축하할 날이다
우리는 어청도 한 달 동안 수많은 새를 보았지만
그 중 집참새, 회색머리딱새, 푸른바다직박구리는
처음 본 새들이다.
이번 주는 어청도에 물레새가 많이 들어와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모두 물레새 엉덩이춤 흉내를 내며 기쁨을 표시한다
그래서 오늘은 물레새처럼 엉덩이춤을 추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