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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May 10. 2024

어청도 31일 차

- 드디어 푸른바다직박구리를 만났다

어청도 31일 차

- 드디어 푸른바다직박구리를 만났다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아침 일찍 남편의 전화

좋은 소식이 있다는 얘기

푸른바다직박구리가 나타났다고

해양경찰서 앞으로 나오란다


아침을 준비하다 말고

부리나케 카메라를 챙겨서 나가니

6명만 찍고 산 너머로 날아갔다고

쓰레기장에 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가신 분이

한 번 보고는 또 날아갔다고 연락이 왔다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쓰레기장에서 기다렸지만

푸른바다직박구리는 감감무소식


포기하고 들어와 

점심을 먹고 치우고 있는데

집 앞 선착장에 푸른바다직박구리가 있다고...

치우지도 않고 나갔더니

이미 날아간 상황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먹이활동을 했으니

다시 올 거라고 해서 조금 기다리니

바위 끝에서 보이는 게 설마...

푸른바다직박구리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날아가더니 탐방센터 지붕에 앉았다가

또다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하고는

저 멀리 테크길로 날아갔다


테크길에 계시던 분들이

가까이서 잘 찍었다는 후문


테크길을 돌며

어제 본 흰꼬리딱새를 다시 만나고

흰눈썹황금새 날개 색깔이 다른 개체를 만났다

어린 새인지 다른 새인지 궁금해서

핸드폰으로 확인하니

흰눈썹황금새 1회 여름깃 수컷으로 나온다

검은색만 보다가 처음으로 다른 색의 흰눈썹황금새를 보았다

테크길 끝에서 더 기다리니 개개비도 보이고 

솔새인지 개개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개체도 보았다


하루를 마감하고 들어와

푸른바다직박구리를 찍은 기념으로

(많은 분들이 푸른바다직박구리 종 추가 기념)

있는 반찬을 모두 모아 집에서 파티를 했다

차린 건 우리가 준비한 반찬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들어오신 분들이 가져다 주신

김치와 오이소박이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저녁을 함께 하는 분들이 가져다주셨다

한 분은 직접 키우신 상추를

다른 한 분은 어머님이 직접 쑤신 도토리묵과 오이와 과일, 커피를

또 한 분은 지난번에 들어올 때 가져온 돼지고기와

(지난번에 먹고도 반 이상 남아 오늘도 먹고 또 남았다)

거기에 오늘 산에서 따다 주신 미나리까지

우리는 그동안 담근 달래장아찌와 무짠지 등을 내놓아 곁들이니

푸짐한 성찬이 되었다


어청도에서 새를 찍는 사람들의 로망은

이제까지 육지에서 만나지 못한 새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그 로망을 이뤘다는 점에서 축하할 날이다

우리는 어청도 한 달 동안 수많은 새를 보았지만

그 중 집참새, 회색머리딱새, 푸른바다직박구리는

처음 본 새들이다. 


이번 주는 어청도에 물레새가 많이 들어와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모두 물레새 엉덩이춤 흉내를 내며 기쁨을 표시한다

그래서 오늘은 물레새처럼 엉덩이춤을 추고 싶은 날이었다


푸른바다직박구리를 기다리는데 담장 위에서 새들을 노리는 고양이가...
아침에 만난 푸른바다직박구리(너무 꾀죄죄한 모습으로...)
오후에 만난 푸른바다직박구리(아침에 만난 새가 맞을까? 아님 두 마리가 들어온 걸까? 의문이다)
갯강구를 문 푸른바다직박구리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다직박구리 
나무에 앉은 물레새 
흰눈썹황금새(1회 여름깃 성조라고 한다)
테크길 끝에서 만난 개개비
할미새사촌 암컷
교회 뒤에서 만난 제비딱새
옹달샘에 나타난 흰눈썹울새 암컷
먹이를 입에 물고 추는 물레새 엉덩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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