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는 힘이 세다
제비물떼새가 많이 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아침 일찍 도착한 곳은 연밭이었다
넓은 연밭 곳곳에 경계로 만든 검은 포장재 위에
제비물떼새가 한 마리, 두세 마리씩
또 여러 마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암수로 보이는 두 마리가 모여 있기도 하고
어린 개체가 함께 있어 가족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가만히 서 있다가 날아올라
날벌레(풍뎅이가 많이 보였다)를 물고 오기도 하고
둑 아래로 내려가 물도 먹고 목욕도 하고
올라와서는 한참 깃 다듬기에 몰두하곤 했다
이 둑에 앉았다가 날아올라 먹이를 물고는
저 둑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저녁까지 짝짓기를 할까 기다렸지만
암수 두 마리가 둑 바깥 풀 위로 나와
짝짓기를 할 것 같은 포즈를 취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지만...
할 수 없이 하루 더 도전하기로 했다
하루를 그곳에서 묵고
새벽에 다시 연밭으로 갔다
가까운 곳에 세 마리가 나와 있길래 열심히 찍었다
하나씩 찍을 땐 몰랐는데
수컷과 암컷이 있고 하나는 좀 어려 보였다
그래서 일찍 육추를 끝낸 가족이 아닌가 여겨졌다
한참을 돌았지만 멀리서만 몇 마리...
어제보다 제비물떼새 개체수가 더 줄어든 것 같았다
어제는 한 곳에서만 삼십여 마리였는데
이제는 모두 합쳐도 이십여 마리 정도로 보였다
그나마도 한꺼번에 멀리 날아가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돌다가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
둑 위로 꿩이 올라왔기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제비물떼새가 떼(두 마리였다)로 꿩을 공격하고 있었다
꿩도 반격을 했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둑 아래로 도망쳤다
이상해서 멀리 돌아서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가니
알을 품고 있는 자세의 새가 보였다
알 품는 새를 찍고 있는데 뭔가 소리를 내기에 보니
암컷인지, 수컷인지 제비물떼새 한 마리가 내려왔다
그러더니 알을 품던 새는 일어나 날아가고
내려앉은 새가 알을 품기 위해 앉았다
사진으로 확인하니 알 두 개가 보였다
한번 더 교대할까 기다렸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거의 두 시간이 다 되어서 한번 더 교대가 이루어졌다
어청도에서 제비물떼새 한 마리를 본 것도 신기했는데
여기서 떼로 보니 더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비물떼새가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것도 드문 일이고
더구나 포란과 육추를 보기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출사에는 소득이 많았다
제비물떼새 독사진도 찍고,
날샷도 찍고, 떼로 앉아 쉬는 광경도 찍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 새끼도 보았다
아주 어린 새끼는 아니지만 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어리다는 게 나타났다
짝짓기는 못 보았어도 1박 2일 알찬 출사였다
돌아오는 길에 차에 표시된 실외 온도가 34도를 표시하고 있었다
알을 품고 있는 제비물떼새가 더위에 지쳐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생각났다
임신 기간(포란?)이 20일에서 22일이라고 한다
6월에 벌써 30도를 넘었으니
앞으로 더위가 얼마나 지속될지...
소나기라도 좀 왔으면 좋겠다
올해 제비물떼새가
우리나라에서 무사히 육추를 끝내고 돌아가
내년에도 다시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비물떼새들아!
내년에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