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안천에서
오늘이 벌써 입춘이란다
하지만 오늘부터 영하의 추위가 시작된다고 하기에
경안천으로 나갔다
그동안 날씨가 푹해 경안천의 물이 녹아
고니, 회색기러기, 오리들이 멀리서만 놀아
새를 가까이 볼 수 없었다
이제 경안천의 물이 얼면
새들이 가까이 올까 하는 마음으로...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었고
차가운 바람으로 예보가 맞다는 실감을 했지만
아직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니었다
경안천 가는 길에
옅은밭종다리를 보러 고니학교에 갔지만
엊그제도 보았다는 옅은밭종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옅은밭종다리 찾는 걸 포기하고 경안천으로 갔다
먼저 흰눈썹울새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역광으로 적갈색흰죽지만 보았다
차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힘을 내서 찾아보자고 했는데
나가자마자 테크길에서 딱새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고 살펴보니
흰눈썹울새와 딱새 암컷이 영역 다툼을 하고 있었다
테크길 가까이 흰눈썹울새도 왔다가
딱새 암컷도 왔다가 해서
다른 사진사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적갈색흰죽지를 보러 갔는데
적갈색흰죽지 있는 곳은
아침에도 역광이었는데 오후에도 역광이었다
가까이에서 놀다가 멀리 날아가니
차라리 역광이 아니라서 사진이 더 좋았다
마지막으로 흰눈썹울새 수컷을 보러 다녔는데
물가에 나타난 흰눈썹울새 수컷은 찍기도 전에 달아나버렸다
남편은 찍었다는데 나는 눈으로만 보았다
바람이 차고 기온도 점점 내려가는 듯해
흰눈썹울새 수컷은 눈으로 본 걸로 만족해야 했다
오랜만에 나간 출사에서
새들을 많이 만나고 들어오니 기분이 너무 좋다
이제 봄이 시작되니 앞으로 어떤 새들을 만날지
올 한 해도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