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부리흰죽지와 재때까치
날이 너무 춥다는 예보를 들었지만
귀한 새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산 쪽에 붉은부리흰죽지와 재때까치가 있다고 한다
붉은부리흰죽지는 대전과 영동에서 찍은 수컷 사진이,
부천에서 찍은 암컷 사진이 블로그에 올려져 있지만
나는 눈으로만 보고 내 손으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재때까치는 여주에서도 보고 작년에 화성에서도 보았다
하지만 이번 재때까치는 다른 종류라고 했다
이번 탐조에는 두 개체를 함께 볼 수 있다고 해서
두 차에 나눠 탄 일곱 명이 탐조지로 향했다
해가 떠오를 때 먼저 재때까치를 만나러 갔다
도착한 지 오래지 않아 운 좋게 재때까치를 만났지만
전깃줄 위에 높이 앉아 얼굴만 잠깐 보여주고
물가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늘 배경이었고 빛도 좋지 않아
붉은부리흰죽지를 먼저 보고 다시 오자고 그곳을 떴다
붉은부리흰죽지가 있다는 수로에 갔다
수로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붉은부리흰죽지가 보였다
가까이 오다가 멀리로 가다가 거의 뒷모습만 찍었다
그런데 갑자기 둑방 위로 날아가버렸다
둑방 위로 올라가니 가까운 곳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백과사전 설명에는 호수나 하천에서 주로 생활하고
바닷가로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는데
둑방 위에서 내려다본 곳은 분명 바다였다
붉은부리흰죽지는 민물에서도 먹이활동을 하고
바닷물에서도 먹이활동을 하는 거로 보였다
다만 깊은 곳까지 가지 않고 얕은 곳만 다니는 것 같았다
물이 빠지는 바닷물에서 해초를 먹으며 이리저리 다니던 새가
갑자기 진흙 위로 올라와 발가락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우리는 너무 기뻐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순광인 데다 가까운 바닷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전에 수로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버려야 할 정도였다
비록 날샷은 찍지 못했지만 모두 만족하면서 이동했다
점심을 먹고 올라오는 길에 재때까치를 다시 보러 갔다
재때까치가 있는 둑방길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니
가까이 있는 나무의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가지가 가려져 있어 이쪽에서 찍다가 저쪽에서 찍다가 하는데
우리 보고 잘 찍으라는 건지 나무의 가장 꼭대기로 올라가 주는 게 아닌가
거기서 한 삼십 분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포즈를 취해주며
먹이활동을 잘하는지 여러 번 똥도 싸고 팰릿도 하고는
먼 곳으로 날아갔다
보이다 안 보이다 멀리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재때까치를 보았다
한참을 앉아있던 재때까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짝을 부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참을 울다가 사라져 버렸다
재때까치는 7 아종이 있는데, 그동안 발견된 재때까치는
몸윗면의 회색 기운이 약하며, 흐린 황갈색 기운이 있는 sibilicus
몸아랫면에 황갈색 기운이 강하며 성조에서도 매우 강한 비늘무늬가 있는 mollis였다
이번에 만난 개체는 몸윗면의 회색 기운이 더 강하며 황갈색이 약하고 비늘무늬가 약한 bianchii라고...
작년에 만난 개체도 황갈색 기운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재때까치는 회색 기운이 강해 물때까치로 오인할 정도였다고...
아침에는 차 안에서도 발이 시려 신발 안에 핫팩을 할 정도였는데
해질 무렵이 되니 다시 바람도 심해지고 눈발도 날리면서 날씨가 굉장히 추워졌다
하지만 붉은부리흰죽지와 재때까치 모두 가까이에서 만난
조복이 충만한 하루였기에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오늘 탐조를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