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발 거인 / 송태고 /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열아홉 번째 필사는 '왕발 거인'이다. 달을 제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달동네 꼭대기 층에 살다 반지하로 이사 온 오빠와 여동생. 아이들을 더 좋은 곳에서 살게 하기 위해 아빠는 지방에서 근무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만 올라오고, 엄마는 아빠가 오는 주말에도 아빠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근처 마트에서 일을 한다. 아이들은 엄마 없는 낮에 벽지에 그림을 그리며 논다.
엄마는 커튼을 치고 놀라고 당부하지만 아이들은 가끔 커튼을 열고 지나가는 발들을 구경한다.
'굽이 빠져 절뚝거렸던 뾰족구두, 계단처럼 높은 통굽 구두, 발가락이 툭 튀어나온 삼선 슬리퍼, 그리고 하얀 맨발의 새끼 고양이들까지. ~~~ 그중에서도 성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왕발 거인이었다. 창문을 들여다보다 아이들을 놀라게 하고는 다음번에는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전하는 아저씨이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방에서도 비가 내리고 냄비로 물을 받다가 넘치면 냄비로 물을 담아 세면대에 버리고 그래도 계속 물이 방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현관문이 열리지 않고 엄마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아이는 동생과 함께 식탁 의자에 올라가 차오르는 물을 보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열 살 동생이 있어 남일 같지 않아 달려왔다는 왕발 거인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무사히 구조된다.
- 창밖으로 지나가는 발들을 구경하는 천진한 아이들, 벽에 그림을 그리며 '지하 탐험대' 같다고 말하는 아이들. 그에 비해 아이들을 더 좋은 집에 살게 하기 위해 지방에서 일하며 주말에만 오는 아빠와 주말에도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 그로 인해 일어난 위태로운 상황이 안타깝다.
- 신문에 실린 원고를 한글로 바꿔서 필사하다 보니 내용도 내용이지만 분량에 민감하게 된다. 유난히 길어서 찾아보니 원고지 41매 분량이다. 신춘문예 공고에는 원고지 30매 내외로 나와 있는데... 역시 내용이 좋으면 형식은 무시해도 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