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버티고 있나요

by 송승호


특별히 큰일이 없어도
하루가 유난히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을 때.
아마 요즘,
당신도 비슷하지 않을까.
잘 버티고는 있다.
일도 하고, 약속도 지키고,
주어진 역할을 빠뜨리지 않고 살아낸다.
하지만
잘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잠시 말이 늦어진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괜찮다’는 말을 너무 빨리 배워버렸다.
괜찮지 않아도,
조금은 무너져 있어도
일단 괜찮다고 말하는 법을 먼저 익혔다.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괜히 더 피곤해질 때가 있다.
대화는 무난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는
내가 약해진 게 아니라
그동안 마음을 너무 오래 사용해 왔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번 주만 지나면,
이 일만 끝나면,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건너오다 보니,
2025년이 조용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돌아보면
잘 해낸 날보다
그냥 버틴 날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남은 날만큼은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새해를 앞둔 다짐을
서둘러 꺼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그래도 잘 버텼다”는 말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먼저 건네면 좋겠다.
요즘 잘 버티고 있냐는 질문에
당장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의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성실하게
자기 삶을 견뎌내고 있다.
조용히,
그 사실만 품고
이 해의 끝을 향해 가도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기준을 조금 내려놓았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