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조금 내려놓았을 뿐인데

by 송승호


언제부터였을까.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게
조금씩 부담이 되기 시작한 건.
잘 해내야 안심이 되고,
흔들리지 않아야 괜찮은 사람 같고,
조금만 부족해 보여도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기준은 점점 높아졌고,
그 기준을 지키느라
하루의 에너지가 먼저 소진되곤 했다.
기준을 조금 내려놓자고 마음먹은 건
대단한 결심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더는
이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겠다는
솔직한 자각에 가까웠다.
기준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책임을 버리는 건 아니었다.
포기하거나 대충 사는 일도 아니었다.
다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늘 같은 컨디션이 아니어도 괜찮고,
가끔은 기대에 못 미쳐도 된다는
여지를 스스로에게 주는 일이었다.
기준이 낮아진 게 아니라
나에게 맞춰진 것이었다.
그제야 보였다.
그동안 붙들고 있던 기준들 중에는
나를 성장시키기보다는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
잘 해내는 하루보다
무너지지 않는 하루가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요즘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
지금의 나를
무리 없이 데리고 가는 쪽을 선택한다.
기준을 조금 내려놓았을 뿐인데
마음에 쓸데없는 긴장이 사라지고
하루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어쩌면 삶은
기준을 높여서 나아지는 게 아니라
기준을 조절하면서
비로소 숨 쉴 수 있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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