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가고 마음은 남는다

by 송승호


사람이 힘든 건
대개 말하는 순간이 아니라
말이 끝난 뒤다.
말할 때는 그저 흘러가는 문장 같았는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그 말들이 조용히 되돌아와
내 안에 앉아 버린다.
대화는 이미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내가 했던 말, 하지 못한 말,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말까지
차례대로 떠오른다.
우리는 종종
“아무 일도 없었다”라고 말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군가와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피곤한 날이 있다.
그건 아마
사건 때문이 아니라
말과 말 사이에 남은 감정 때문일 것이다.
말은 입을 떠나는 순간 사라지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다.
감정은 머무른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따라다닌다.
그날 했던 말 한마디가
밤이 되어서야 떠오르고
샤워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다가
불쑥 나를 붙잡는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 말은 하지 말 걸.”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렇게
이미 끝난 대화를
혼자서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은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말을 오래 품어서 지친다.
예전에는
말을 잘하려고 애썼다.
상처 주지 않으려고,
오해받지 않으려고,
괜히 조심하며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이 끝난 뒤의 나를
잘 돌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미 지나간 말보다
지금의 숨이 중요하고
지금의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말을 줄이려 애쓴다기보다
말이 끝난 뒤
내 마음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주려 한다.
괜찮다고,
지나갔다고,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조용히 말해준다.
오늘은
말보다
내 마음을 먼저 쉬게 하는 하루였으면 한다.
말보다 깊게 남는 것은
말이 아니라
그 말을 건너온
내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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