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난 자리에서 사람이 지친다

by 송승호


사람이 힘든 건
대개 말하는 순간이 아니라
말이 끝난 뒤다.
대화는 이미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내가 했던 말,
조금 늦게 한 대답,
굳이 덧붙였던 설명 하나가
자꾸만 되돌아온다.
말을 주고받는 동안엔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몸보다 마음이 먼저 눕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날은 대화가 많았던 날이다.
이상하다.
큰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 웃으며 헤어졌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말을 할 때
말보다 더 많은 것을 건넨다.
기분, 의도, 기대, 눈치, 설명되지 않은 마음까지
한 문장에 함께 실어 보낸다.
그래서 대화는
종종 말보다 무겁다.
상대가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그 말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어떤 침묵 뒤에 나왔는지,
왜 그 타이밍이었는지를
혼자서 계속 해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슬며시 지친다.
나는 한동안
대화를 잘하고 싶었다.
적당히 맞장구치고,
너무 튀지 않게 말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대화는 늘었고
피로도 함께 늘었다.
말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건
어떤 깨달음 때문이 아니라
그냥 더는
대화 뒤에 혼자 남고 싶지 않아서였다.
요즘 나는
말이 생기기 전에 한 번 더 멈춘다.
이 말이 꼭 필요한지,
지금이 맞는지,
아니면 침묵으로도 충분한 순간인지.
그렇게 말의 수를 줄였더니
대화의 온도가 달라졌다.
덜 친절해졌는데
오히려 덜 소모됐다.
사람이 힘든 이유는
말을 몰라서가 아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끝까지 책임지려 하기 때문이다.
모든 말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침묵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대화는 완성되지 않아도
관계는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안다.
사람이 지치는 순간은
말을 하는 때가 아니라
말을 다 해버렸다고 느낄 때라는 걸.
그래서 오늘은
말을 조금 남겨두고
자리를 떠난다.
그게
사람 사이에서
나를 덜 소모시키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버틴다는 말로 부족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