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단단해진다

by 송승호


사람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약해 보일까 봐,
중심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우리는 무표정한 얼굴을 연습한다.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꺼내고,
속이 복잡해도 아무 일 없는 듯 하루를 넘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더 그렇다.
일터에서 버티고,
책임을 지고,
누군가에게 기대어지기보다 기대어 줄 사람이 되려 한다.
나 역시 오래도록 그렇게 살아왔다.
흔들리면 안 된다고,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질 것처럼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애쓸수록
마음은 더 쉽게 지쳤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서운함은 쌓였고,
외로움은 깊어졌고,
말하지 못한 생각들은 밤마다 고개를 들었다.
어느 날은 이유 없이 숨이 막혔다.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모든 게 버거웠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됐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아서 단단한 게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돌아오기 때문에 단단해진다는 걸.
바람이 불면 나무는 흔들린다.
그렇다고 뿌리가 약한 건 아니다.
오히려 바람을 견디며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출렁이는 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고,
여전히 기대하고,
여전히 상처받고,
여전히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돌처럼 굳어버린 사람은
흔들리지 않을 수는 있어도
자라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제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보기로 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지치면 지쳤다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적어도 내 마음 안에서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인정하는 순간
나는 조금 덜 무너졌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자
감정도 나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강해진다는 건
눈물 한 번 흘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눈물이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오늘도 마음은 여러 번 흔들렸다.
말 한마디에 작아졌고,
기억 하나에 멈췄고,
밤이 되자 생각이 길어졌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제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내 자리로,
내 속도로,
내 호흡으로.
흔들리는 하루 끝에서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충분히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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