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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마음의 쉼터가 된다

by 송승호


나는 요즘,
작은 노트를 하나 들고 다닌다.
아주 짧은 말 한 줄,
길을 걷다 본 풍경,
그날의 기분 같은 것들을 적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어디에 내보낼 것도 아니다.
그저 나만 아는 감정의 자리,
내 마음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다.

예전엔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바쁘고, 할 일이 많고,
쓸 만큼의 뭔가가 내 안에 없다고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기록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머물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걸.

하루의 끝,
잠들기 전 몇 분이라도
노트에 마음을 풀어놓으면
그날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
“괜히 마음이 서운했던 날.”
“그래도 잘 버텼다.”

이렇게 짧게 적는 말들 속에
내가 있다.
지나치면 흘러가버릴 감정과 장면들을
글로 붙잡아두는 일.
그건
나를 잊지 않게 하는 연습이다.

기록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이자,
삶을 음미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삶이 흐르고 있다는 걸,
내가 이 시간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걸
조용히 증명해 주는 흔적이 된다.

무언가를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보다 먼저
자기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주는 것,
그게 기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하루의 조각들을 천천히 모아 본다.
말로 하지 못한 감정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생각들,
그 모든 것을
작은 종이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잠시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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