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관계는 늘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는다.
가까울수록 더 많이 기대하고, 더 쉽게 실망한다.
서운한 말 한마디가 며칠을 마음에 맴돌고,
작은 오해 하나가 큰 벽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나는 그런 관계 속에서 자주 지쳤다.
왜 저 사람은 나를 몰라줄까,
나는 이렇게 애쓰고 있는데 왜 다가오지 않을까.
점점 상대를 원망하게 되고,
나조차도 점점 닫혀버리는 걸 느꼈다.
어느 날, 쉼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너는 너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남을 이해하려고만 했던 건 아닌 건가?"
그 말에 나는 멈춰 섰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지쳤던 건 상대 때문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 감정을 모른 채 참았고,
상대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썼고,
정작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는 없었다.
쉼은 나를 나에게로 돌려놓았다.
잠시 멈춘 그 시간 동안,
나는 관계에 있어 중요한 건
상대’보다 ‘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감정으로 그 사람을 대하고 있었는지,
내 안에 쌓인 피로와 서운함은 어디서 비롯된 건지,
조금씩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그 사람도 나처럼 지쳐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상처받고,
말하지 못한 고민을 안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걸.
쉼은 그렇게 나를 부드럽게 만든다.
삐걱거렸던 관계에 숨을 불어넣고,
굳어 있던 내 시선을 풀어준다.
나는 이제 조금은 다르게 관계를 바라보려 한다.
말보다 먼저 따뜻한 눈빛을 건네고,
이해보다 먼저 나를 보듬어줄 수 있도록.
이제는 알겠다.
좋은 관계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 여유는 쉼에서 비롯된다.
나는 앞으로도 상처받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관계도 없으니까.
하지만 쉼이 내 곁에 있다면
나는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다시 마음을 열 수 있다.
쉼은 관계를 되돌아보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 설 때,
나는 비로소 나를 보고,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쓰이는 관계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