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가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쉼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그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내게는 내게 맞는 속도와 리듬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남들의 기준과 사회의 기대 속에서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도 멈추지 않았고,
불안함을 애써 외면한 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던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였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섰다.
쉼은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여백을 내게 주었다.
예전에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했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쉬는 것조차 조급했다.
금세 회복되고, 다시 달릴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진짜 쉼은 그런 게 아니었다.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내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지쳤을 땐 억지로 버티지 않고 잠시 멈추고,
마음이 어지러울 땐 조용히 걷거나
차 한 잔을 내리는 것으로 나를 달래는 연습을 시작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예전엔 그냥 흘려보냈던 감정들,
지금은 그 안에 머물며
“그래,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내가 되었다.
다들 앞만 보고 달릴 때,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길가에 핀 작은 꽃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예전 같았으면 느려진 나를 답답해했겠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잠시 멈춰 선 그 순간에도, 삶은 흐르고 있고
그 안에서 나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걸.
삶은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느냐의 여정이라는 걸
쉼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구보다 앞서려 하기보단
나답게, 나에게 진실한 속도로 걸어간다.
그 속도가 때론 느리고 굼떠 보여도,
그게 바로 진짜 나의 리듬이다.
쉼은 나를 다시 만나게 해 주었다.
바쁘게 살아가며 놓쳐왔던,
작고 소중한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