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 가훈에서 배우는 우리 아이 경제교육

더불어 살아가는 힘

by 승승


아이에게 경제를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돈을 아끼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나눌지 생각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 경제교육을 이야기할 때마다 경주 최부잣집을 떠올립니다.


경주 최부잣집은 우리에게 단지 “오래 부유했던 집안”으로 기억되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은 부를 쌓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부를 어떤 태도로 다뤄야 하는지까지 보여준 집안이었습니다. 특히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같은 가훈은 지금 시대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말들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에게 돈 교육을 하면서 절약만 강조합니다. 용돈을 아껴 쓰는 것, 충동구매를 줄이는 것,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물론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돈은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가”, “돈이 많아질수록 어떤 책임이 따라오는가”를 배우는 일입니다. 그 점에서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은 아주 좋은 교과서가 됩니다.


먼저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부터 생각해 봅시다. 이 문장은 단순히 남을 도우라는 뜻을 넘어섭니다. 내가 잘되는 것과 주변이 잘되는 것은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혼자만 부자가 되는 세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함께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면, 결국 나의 삶도 안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20-30대는 40대 이상의 사람들을 향해 영포티라고 조롱하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입장만을 이야기하고, 정부는 다주택자를 잡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손보고 있는데, 그 피해는 결국 월세의 상승과 전세 매물의 실종. 그리고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한 사다리를 원천 차단하는 실태. 다주택자를 때려잡는다고 무주택자가 행복해질 것이다. 이런 흑백논리를 버려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카이밥공원의 검은꼬리사슴을 보호한다고 퓨마, 코요테, 스라소니 등 6000마리를 사라지게 하자. 검은꼬리사슴이 행복해졌나요? 6~7만 마리로 늘어났던 사슴들은 결국 수가 너무 늘어나 굶주렸고, 너무 배고파 어린싹까지 먹어치운 결과 그 수는 더 줄어들고 말았죠. 생태계에 개입하여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생명의 그물이 망가지는 순간. 생태계 전체가 그 피해를 보고 말았죠.


인간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만 길게 보면, 한쪽이 죽는다고 내가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긴 시야를 가진 자는 함께 성장해 가는 것만이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네가 지고, 내가 이기고'

이런 개념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몸으로 배워야 합니다.

토론과 협의를 거쳐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법'을 배운 아이들이 다음 세대에서 살아남습니다.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 가훈을 아이에게 설명할 때는 이렇게 풀어 말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나만 생각하면 안 돼.
내가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누고, 누군가 어려울 때 도울 줄 알아야 진짜 잘 사는 거야.”

이 말은 단순한 착한 말이 아닙니다. 경제를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게 하는 아주 중요한 교육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가훈은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입니다.
이 문장은 지금 읽어도 놀라울 만큼 깊이가 있습니다.
남들이 어렵고 힘들 때, 그 상황을 이용해 내 이익을 챙기지 말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기회를 잡는 사람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떤 기회는 윤리와 충돌합니다. 최부잣집은 그 경계선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집안입니다.


아이에게 이 가훈을 설명할 때는 “싸게 살 기회”보다 “어떤 마음으로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를 할 때도, 상대가 급해서 헐값에 내놓은 물건을 지나치게 몰아붙이거나 억지로 깎는 태도는 좋지 않다는 점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경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돈 앞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합니다. 경주 최부잣집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아마 이것일 겁니다.


부는 단순히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검소하게 살고, 베풀 줄 알고, 남의 어려움을 이용하지 않는 태도. 이런 원칙이 있었기에 그 집안은 오랜 시간 존경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우리 아이 경제교육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경제를 가르칠 때 세 가지를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돈은 무조건 아끼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쓰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돈을 쓰는 순간의 즐거움만 보기 쉽습니다.
그래서 “왜 이걸 사야 하지?”, “이 소비가 정말 필요한가?”를 함께 묻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둘째, 돈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용돈의 일부를 나눔에 쓰는 경험은 아이에게 아주 큰 배움이 됩니다. 작은 기부, 가족을 위한 선물, 친구를 돕는 선택도 모두 경제교육입니다. 돈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과 책임을 배우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기다릴 줄 아는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사고 바로 갖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 최부잣집의 철학도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생각하고,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삶을 만든다는 걸 아이가 느끼게 해야 합니다.


경제교육은 결국 돈을 잘 쓰는 아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돈 앞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아이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사람에 대한 감각, 공동체에 대한 책임, 절제와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에게 돈을 가르치고 싶다면, 먼저 돈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세요.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를 보여주고, 무엇을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남기느냐를 보여주세요.

그럴 때 아이는 돈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은 오래된 말이지만, 오늘의 부모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경제교육은 계산법보다 더 깊은 데 있습니다. 돈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세상을 통해 사람을 배우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경제교육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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