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회상록(4)

음식(중)

by 쏴재


여기 사람들은 소스를 참 좋아한다.

후라이드 치킨과 밥이 나오는 메뉴 cơm gà 를 먹을 때도 밥 에다 간장소스를 뿌려 짭짤하게 먹는다. 보기만 해도 해도 짜서 내 미간이 접힌다. 해산물을 먹을 때는 라임, 소금, 후추를 넣은 시큼한 소스에다 찍어먹는다. 식당에서는 5백 원짜리 동전만 한 작은 라임을 수저통 마냥 식탁에다 준비해 놓는다. 취향에 맞게 만들어먹을 수 있다. 아주 매운 베트남 고추를 넣을 수도 있다.

생새우(오도리)나 생선회를 현지 스타일로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식당도 많다. 더운 나라에서 회로 먹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산도가 아주 강한 라임주스에다 거의 담가 먹는 걸 보니 그나마 안심이다.


라임은 베트남어로 chanh 짠 이라고 한다. 이 chanh의 종류는 다양해서 한 번은 귤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라임이었다. 아주 상큼하다 못해 시큼해서 못 먹고 버렸다. 길거리 노상 매대에는 오렌지를 즉석에서 짜서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파는 걸 볼 수 있다. 이 종류의 오렌지는 겉은 아주 진한 녹색이고 속만 노랗다. 맛은 그리 달지 않고 수분이 많아 주스로 만들기는 좋다. 사람들은 설탕과 얼을을 많이 넣어서 마신다.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현지 오렌지가 있다. 씨앗이 많은 게 특징이다. 한국의 귤이나 한라봉 또는 미국 오렌지처럼 품종이 개량된 귤과 오랜지의 비해 덜 달다. 대신 향이 아주 좋은 것 같다


여기 수박도 한국 수박과 다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껍질도 얇다. 한통을 사서 상하기 전에 다 먹어치우기 힘든 한국의 왕수박과 달리 여기 수박은 두고 먹기가 적절한 사이즈이다.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편하다.

여긴 High land 고산 지방이 많아서 딸기도 재배하는데 그 맛이 한국 딸기에 비해 많이 시큼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입산 한국 딸기를 아주 비싼 값에 사 먹는 사치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나 많은 현지 열대과일이 있지만 과일이 참 많이 수입되고 소비된다.


베트남 음식에 대해서 알긴 하지만 현지 가정식에 대해서는 잘 알기가 어렵다. 친구 집에 초대받더라도 그들이 평소에 먹던 음식을 내놓진 않는다. 거하게 한 상 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동료들이 싸오는 점심 도시락을 통해서 현지식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회사에도 급식처럼 점심을 파는 집이 있다. 급식소를 영어로 'Canteen 칸틴'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서도 이 단어 그대로 쓰인다. 그렇지만 매일 제공되는 급식은 아니다. 사 먹는 저렴한 점심밥 정도다.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5가지 정도 되고 매일 바뀐다. 여기 식당이 독특한 것 중 하나는 한국이랑 다르게 물티슈가 유료이다. 다 먹고 계산할 때 2,000동 약 100원을 더 받는다.

한 번씩 점심 메뉴에 Đậu hũ dồn thịt가 있는 날엔 기분이 좋다. 튀긴 두부 속에 다진 고기를 넣고 소스에 조린 음식이다. 한국 두부조림도 좋아하는 나에게 아주 최고다. 밥 한 그릇 뚝닥 비울 수 있다. 여러 가지 메뉴 대부분의 가격은 약 3~40,000동 15~2000원이다. 회사 근처의 점심만 파는 식당이라 저렴하다. 저녁엔 판매하지 않는 점심 특선 메뉴이다.

cháo lòng bà Tiền 차 오롱 바띠엔 이라는 순대 죽 같은 음식도 참 맛있다. 일반식당이 아니라 한국 순댓국집처럼 이것만 전문으로 파는 식당으로 가야만 맛볼 수 있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을 만한 식당 수준이 아니다. 구멍 가게가 대부분인 동네 골목식당으로 가야 한다. 위생이나 가계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포기해야 한다. 현지식 답게 짠맛이 강하지만 쌀, 녹두, 순대, 간, 내장 부속 등 이 재료로 들어가서 해장하기가 딱 좋다. 단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빼고 먹기를 추천한다.


점심을 먹고 4시 정도, 배가 출출해질 때는 배달을 시킨다. Grab, Now, Vienammm, Go viet 등 배달앱이 여러 개다. 각각 앱에 들어가서 보면 오늘의 프로모션 상품도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간식과 밀크티를 주문하는 게 매일의 소확행이다.

아침 식사로 주로 먹는 Bánh mỳ 반미에는 Pate라는 고기가 아닌 간으로 만든 소스를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간식으로 먹는 Bánh mỳ que는 일반 반미와 다르게 빵 모양이 훨씬 가늘고 길다. 그리고 Pate나 다양한 소스를 바르고 속 재료를 채운다. 종류가 상당히 많다. 두 가지 빵 모두 한국이나 서양에서 먹던 바케트의 식감과는 매우 다르다. 훨씬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이다. 유럽에서 씹어먹던 딱딱한 바케트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일 년 반 동안만 보아도 배달 마켓 성장의 속도는 엄청 빠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들의 오토바이가 못 가는 곳이 없다. 여기가 배달의 민족이 사는 곳 같다. 이 덕에 나도 점심을 항상 한식으로 시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들과 나가서 먹는게 재밌었는데 날씨가 더운 요즘엔 시켜먹는 게 너무 편해 휴일 집에서도 아침 점심을 종종 시켜먹곤 한다. 그러다 보니 바로 집 앞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일도 훨씬 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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