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회상록(4)

음식(상)- 열대과일

by 쏴재

2019.02.21

‘태국 음식보다 베트남 음식이 잘 맞는다’라는 이야기를 현지 교민들로부터, 한국인 여행객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 공감하는 바이다.허나 이런 입맛이, 내가 선호하는 음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뀐다. 이십 대 때는 햄버거를 사랑했다. 뉴욕에서 살 때도 한국음식이 별로 그립지 않았다. 비싼 한식을 사 먹거나 품을 들여 요리해먹는 경우는 드물었다. 요즘 서른 중반이 되니 여기 현지에도 거의 한식만 먹게 되었고 해외여행을 가서도 한식을 찾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조금 어른 입맛이긴 했다. 초등학생 일 적에도 피자 햄버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20대가 되어서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젠 확실히 나의 입맛이 나이에 따라 바뀌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한국처럼 베트남에서도 북부 중부 남부 음식의 지역별 특징이 있다. 한국인 입맛에는 북부 하노이 스타일이 더 잘 맞는다고 한다. 남부는 비교적 음식이 더 달다. 여러 종류의 음식에다 코코넛 주스를 재료로 넣어서 그렇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엔 북부 음식 남부 음식 전부 다 달고 짜다.

신선한 코코넛 밀크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큰 녹색 야자열매 안쪽에는 스프볼 만한 단단한 씨앗이 하나 있다. 이 씨앗 안에는 코코넛 젤리와 물이 담겨 있다. 코코넛을 자르는 걸을 보면 바깥쪽 껍데기는 비교적 덜 딱딱하지만 아주 질긴 섬유질로 결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안쪽 씨앗은 딱딱한 나무 같아 보인다. 이 씨앗을 잘 잘라내서 빨대로 달달한 물을 다 마시고 나면 씨앗의 내벽에는 코코넛 젤리가 있다. 어린 코코넛 젤리는 부드럽고 반투명하다. 숟가락으로 긁어내면 푸딩처럼 먹을 수 있다. 좀 더 성숙한 코코넛은 주스와 과육(젤리가 성숙된)이 비교적 좀 더 달다. 그리고 과육은 훨씬 더 단단해서 숟가락으로는 쉽게 긁어지지가 않는다. 하얀 코코넛젤리를 발라내고 갈아서 즙을 짜네면 코코넛 밀크가 된다. 상당히 달콤하고 부드럽다. 유제품을 못 먹는 락토 오보나 채식주의자들에겐 정말 좋은 식재료이다. 코코넛 우유를 좀 더 오래 졸여서 캐러멜처럼 소프트한 캔디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엿처럼 아주 이에 쩍쩍 달라붙는다. 이런 코코넛 주스, 밀크, 오일 등이 남부 음식에서는 많이 쓰인다고 한다.

동남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코코넛을 마셔보면 맛이 각기 다 달랐다. 그래서 처음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약간은 구정물 맛이 난달까. 하지만 이곳 베트남 코코넛은 아주 달달하니 맛이 좋다. 특히 냉장고에서 아주 시원한 것 하나 골라 큰 정글도로 툭툭 잘라내 빨대를 꽂아주면 더운 날씨를 견디기에 최고다. 화학물 무첨가, 천연 주스다.

난 사탕수수 주스보다도 코코넛 주스를 더 좋아한다. 달기로 치면 사탕수수 주스 만한 게 없는데 지나치게 달다. 시중에 파는 그 어떤 음료보다도 더 단맛이 난다. 설탕의 주 재료인 만큼 사탕수수 주스는 흑설탕 물 맛이다.

호찌민에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콩 카페'가 있는데 코코넛 우유로 만든 커피 밀크 셰이크가 아주 인기다. 북부 베트남 하노이에선 에그 커피가 유명하고 남부 호찌민에서는 코코넛 커피가 유명하다.


베트남에 있으면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중에 하나가 바로 열대 과일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망고스틴을 제일 좋아한다. 망고스틴은 여름 한철 과일이라 한창일 때만 가격이 저렴하고 그 전후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다. 그리고 맛이 떨어진다. 이 과일에는 개미가 엄청 많이 꼬인다. 먹고 나서 처리도 중요하다. 처음에 까먹기가 상당히 불편해서 손이 온통 보라색이 되곤 했는데 이젠 요령을 알고 나니 귤 까먹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이렇게 쉽게 껍질을 까서 먹는 과일은 뭔가 더 이득을 본 느낌이 든다. 조물주님께 감사하다.

얼마 전 베트남 망고가 첫 미국 수출이 결정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망고의 종류는 다양한데 특히 유명한 지역이나 품종에 따라서 맛이 차이가 난다. 망고 중에서는 중에서도 Xoài Cát(망고) Hòa Lộc(지역) 이 제일 맛있다. 것 보기엔 그냥 망고랑 별 차이가 없지만 향이 더 특별히 좋다. 일반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다른 망고보다도 훨씬 더 비싸다. 하지만 나는 재래시장 바로 옆에 살기에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현지인스러운 나의 외모 덕에 장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편하다.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주인아줌마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한다.

-난 끄덕인다.

-큰 액수의 지폐를 건넨다.

-알아서 잔돈을 거슬러준다.

여기 시장에서 언어의 장벽 따윈 없다. 여행자 바가지가 있을만한 큰 시장도 아니다


망고는 구입 후 숙성되기를 기다린 후 껍질 쭈글쭈글해질 때 먹어야 더 맛있다. 한국에서 숙성된 망고보다 당연히 더 맛있다. 현지 숙련자(아줌마)들은 숙성의 정도를 냄새로 파악한다. 어느 정도 숙성 후 꼭지 부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 향이 아주 진하게 난다. 일반적으로 먹는 샛노란 망고 말고도 현지인들은 아삭하고 새콤한 그린 망고도 좋아한다. 겉의 껍질은 녹색이지만 과육 연노란색이다. 소금과 칠리 가루에 찍어서 먹는데 내 입맛엔 영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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