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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n 01. 2022

자본주의의 맛

불친절만큼 자유와 가치가 보장받았다.

우리가 거래를 통하여 얻는 것은 무엇인가? 지불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노동을 통하여 얻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 돈을 위해서 살진 않는다. 돈은 수단이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산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직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으로 교환받는다. 그 돈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여행을 하고 소비하며 살아간다. 거래를 돈으로 환산하면 이 거래가 아주 간단해 보인다. 다른 거래에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럼 수단인 돈 말고 추구하는 가치를 기준으로도 거래를 보도록 하자. 


우리는 매일 출근을 한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 월급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시급이 가장 높은 곳을 선택하여 취업하는 게 가장 효율적으로 보인다. 단기 아르바이트할 곳이 아니라 하루 9시간 30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쉽지 않다. 노동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이 월급 말고 다른 것도 많은 것 같다. 노동과 그에 따른 보상 그리고 의무나 조건을 다룬 근로계약서에 우리는 서명을 하지만 노동을 통하여 바라는 것은 근로소득 그 이상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근로계약서에 담을 수가 없다.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꾸게 되는 것 같다. 노트북과 비슷한 가격이라 부담이 크다. 한국의 국민 평균 소득 4분의 1 또는 그 이하의 국가에서 사는 많은 저소득 소비자들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고가의 아이폰을 선호한다. 한 달 월급으로도 못 살 만큼 고가이지만 그러기 때문에 더 소유하고 싶어 한다


스마트폰 기능은 아주 다양하고 유용해서 내가 원하는 많은 것을 만족시켜준다. 그 기능을 통하여 나에게 대체로 주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가장 많이 쓰는 카톡. 유튜브. 카메라를 고려해보면 그런 걸 주는 것 같다. 

카톡: 타인으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유튜브: 불안을 없애기 위해 나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주고 지루한 인생에 웃음을 준다.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 행복한 기억을 기록한다. 그때 그 행복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어서 좋다.


저소득의 소비자들도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지 않을 수가 없다. 나에게 사랑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면 사지 않는 것은 불합리적이다. 


세상 소득 중에 노동소득만 있으면 나의 노동의 고결함이 쉽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 같다. 저 빌딩이 벌어들이는 월세가 내 연봉보다 높고 교통사고가 나서 보상이 산정되면 나의 일당이 얼마로 평가되는지 알 수 있다. 외제차 수리비가 내 병원비보다 더 크다.


자본소득이 끼어들면 가치판단이 더 힘들어진다. 비인격체인 자산이 돈을 벌어오면 그 돈은 어디서 온 것인가? 노동자의 월급을 뺏어가는 대출 이자 느낌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공장 또는 제조회사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입은 노동력 말고도 땅이나 원재료 그리고 기계 같은 자산도 있다. 근로소득이 대부분인 내가 느끼기에 금융자본소득은 조금 비열해 보이고 순수 노동 근로소득이 존엄해 보이지만 자본시장은 꼭 필요해 보인다. 공장이나 기계 없이 제품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100만 원이 없어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한 소식이 들으면 화가 나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다.


가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트남에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진 슬픈 감정으로만 이 직업을 바라봤다.

베트남의 고급 주거에서 상주 가정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고급 주거에는 이 분들을 위한 방이 따로 설계되어있다. 한국의 근로상황에 익숙한 내 눈엔 자기 자식과 가정을 돌보는 시간을 돈과 바꿔 남의 가족을 돌본다는 게 안타깝고 슬퍼 보였다. 지금이라고 전혀 슬프지 않게 보는 건 아니는데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내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과의 관계는 돈 주고 고용한 직원보다는 친척 이모에 가깝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는 평등의 가치는 한국보다 더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경제도 발전도 빠르게 하고 있는 중이라 국민들이 지금 당장 돈이 없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적다. 지금 직장에서 이 일을 하기 싫으면 퇴사하고 쉽게 새 직장을 구한다. 직장 내에서 잡담 및 사담을 엄청 많이 한다. 직장이 오피스냐 식당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외국인 관리자에 눈에는 불합리해 보이고 회사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뭣이 중헌지 몰랐다.


 서비스업의 불친절에서 느껴진 나의 불편함 만큼 그들의 자유와 가치가 보장받았다. 베트남이라고 돈 많은 자산가가 저소득 근로자와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평등함의 기본 패치가 잘 되어 있다.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사람을 막 대하는 경우가 적어 보인다. 사주가 직원을 함부로 부리거나 카페 점주나  편의점 점주가 직원에게 막 대하는 게 한국에서 더 많아 보인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점주의 고충을 이해하는 편인 거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개인의 감정은 개인이 가장 잘 안다. 이런 개인주의 이해가 바탕이 될 때 우리는 서로의 이익을 최대할 수 있다.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사랑과 관심을 원한다. 세계는 우리가 믿는 허상의 관념 속에서 자라나 실제 하게 된다. 허상일 수도 있는 힘과 권력은 우리가 있다고 믿는 곳에 실재한다


 자본주의는 결점이 너무 많다고 보는가?

 사회민주주의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가?

 이건 내가 살아가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돈이 꽤 많이 중요하다고 믿고 다른 가치보다 물질적인 가치에 더 집착을 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혼동한다면 그 착각이 만들어낸 세상은 관념 속 허상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실존하게 된다. 


자본 소득이 아니고서는 고상하게 돈 벌기가 힘들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비할 때 고상해지자. 소비자가 생산자를 바꾼다. 쇼핑할 때 동물 실험하는 회사 제품을 거르는 게 내 직장에서 사주나 상사가 직원들에게 막대하는 행동을 막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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