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이되다(18)

베트남의 소스

by 쏴재

그는 베트남 사람들의 소스 사랑을 새삼 느낀다. 후라이드 치킨과 밥이 나오는 cơm gà 메뉴에서도 간장 소스를 밥에 듬뿍 뿌려 짭짤하게 먹는다. 그 모습만 봐도 짠맛이 전해져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질 정도다. 해산물을 먹을 때는 라임, 소금, 후추를 섞어 만든 시큼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식당에서는 동전 크기만 한 작은 라임을 수저통처럼 식탁에 준비해 둔다. 각자 취향대로 섞어 소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여기에 베트남 특유의 매운 고추를 추가하기도 한다.


생새우나 생선회를 현지식으로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식당도 많다. 덥고 습한 나라에서 생회를 먹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강한 산도를 자랑하는 라임 주스에 담가 먹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는 베트남에서 다양한 chanh(라임) 종류를 접하며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한 번은 귤인 줄 알고 샀던 과일이 라임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맛이 상큼하다 못해 시큼해서 결국 먹지 못하고 버린 적도 있었다. 길거리 노점에서 진한 녹색 껍질을 가진 현지 오렌지를 짜서 주스로 만들어 파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 오렌지는 단맛이 강하지 않지만 수분이 많아 주스로 만들기에 적합했다. 현지 사람들은 설탕과 얼음을 듬뿍 넣어 마신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수박은 한국 수박과 달리 크기가 작고 껍질도 얇아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두고 먹기에 적당한 사이즈다. 큰 왕수박을 먹기 버거워했던 한국의 경험과는 대조적이었다.


베트남의 고산지대에서는 딸기도 재배되지만, 한국 딸기에 비해 신맛이 강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수입산 한국 딸기를 비싼 값에 사 먹는 사치를 즐긴다. 이렇게 많은 현지 과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과일이 여전히 소비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그는 베트남 음식을 어느 정도 알지만, 현지 가정식은 접할 기회가 적었다. 친구 집에 초대받아도 일상적인 식사를 내놓기보다는 특별한 상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동료들의 도시락이나 회사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메뉴를 통해서야 비로소 현지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특히 Đậu hũ dồn thịt(튀긴 두부 속에 다진 고기를 넣어 소스에 졸인 음식)를 좋아했다. 한국의 두부조림과 비슷한 느낌의 이 음식은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우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점심 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Cháo lòng bà Tiền이라는 순대 죽은 해장 음식으로 제격이었다. 구멍가게 같은 소박한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이 음식은 짭짤한 맛이 강하지만, 쌀, 녹두, 순대, 간, 내장 부속이 들어가 고소한 풍미를 자랑했다. 다만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빼고 먹기를 추천한다.


점심 이후 출출해질 때쯤이면 그는 자주 배달을 시켰다. 베트남의 Grab, Now, Go Viet 같은 배달 앱은 다양한 프로모션 상품을 제공해 저렴한 가격으로 간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Bánh mì(반미)에는 고기가 아닌 간으로 만든 Pate 소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간식용으로 먹는 Bánh mì que는 더 얇고 긴 바게트에 다양한 소스를 바르고 속 재료를 채워 넣는다. 이곳의 빵은 서양에서 흔히 먹던 딱딱한 바게트와는 달리 훨씬 부드럽고 가벼운 식감을 자랑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 속도는 그가 베트남에 머무는 1년 반 동안에도 눈에 띄게 빨랐다.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못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활성화된 이 배달 문화 덕분에 그는 점심도 한식을 배달받아 먹을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는 집에서 배달 음식을 즐기는 것이 더 편했다. 이로 인해 집 앞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베트남의 일상과 독특한 식문화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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