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망고
그는 '태국 음식보다 베트남 음식이 더 입맛에 맞는다'는 이야기를 현지 교민들과 한국인 여행객들에게서 여러 번 들었다. 그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20대 때 그는 햄버거를 정말 사랑했다. 뉴욕에서 살 때도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고가의 한식을 사 먹거나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서른 중반에 들어선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베트남에서도 한식을 주로 먹으며, 해외여행 중에도 한식당을 찾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릴 적부터 어른스러운 입맛이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때도 피자와 햄버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20대에는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선호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입맛이 확실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한국처럼 베트남 음식도 북부, 중부, 남부에 따라 맛의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인 입맛에는 북부 하노이 스타일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반면 남부 음식은 더 달콤한 경향이 있다. 코코넛 주스가 주요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데, 그가 느끼기에는 북부든 남부든 모두 다소 달고 짰다.
그는 현지에서 신선한 코코넛 밀크를 만드는 과정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커다란 녹색 코코넛 안에는 스프볼 같은 단단한 씨앗이 있다. 그 씨앗 안에는 코코넛 젤리와 물이 담겨 있었다. 씨앗의 외벽을 열어 안에 담긴 달달한 물을 빨대로 마신 뒤, 남은 젤리를 숟가락으로 긁어내 푸딩처럼 즐기는 것이 신선한 경험이었다. 완숙 코코넛의 단단한 과육은 밀크로 만들어지고, 이를 졸여 달콤한 캔디를 만들기도 했다. 코코넛이 남부 음식에 많이 사용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베트남 생활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열대과일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망고스틴을 가장 좋아했다. 망고스틴은 여름에만 제철을 맞아 맛과 가격이 적절했고, 껍질 까는 요령을 익힌 후로는 더욱 즐겨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 곤란했지만, 이제는 손쉽게 껍질을 벗겨 과육을 맛보며 조물주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든다고 했다.
얼마 전, 베트남산 망고가 미국으로 첫 수출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는 특히 유명한 Xoài Cát Hòa Lộc 품종의 망고를 추천한다. 일반 망고와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향이 더 진하고 맛이 훨씬 좋다. 그는 재래시장 근처에 살기에 쉽게 구매할 수 있었고, 현지인처럼 자연스럽게 장을 보는 자신을 보며 익숙해진 생활을 느꼈다.
숙성된 망고는 샛노랗게 쭈글쭈글해졌을 때 먹어야 가장 맛있다. 현지의 아줌마들은 냄새만으로 숙성도를 파악하는 데 능숙했다. 꼭지 근처를 맡아보고 향이 진하게 퍼지면 바로 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그린 망고 역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새콤하고 아삭한 과육을 소금과 칠리 가루에 찍어 먹는 방식은 그의 입맛에는 다소 별로였지만, 이마저도 베트남의 독특한 음식 문화로 다가왔다.
그는 베트남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로 '콩 카페'의 코코넛 커피를 꼽았다.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와 진한 커피가 어우러진 이 음료는 무더운 날씨를 잠시 잊게 해주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하노이에서의 에그 커피가 북부를 대표한다면, 호찌민에서는 코코넛 커피가 남부의 자랑이었다.
그는 날마다 새로운 맛과 경험을 즐기며, 점점 이곳에서의 생활에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