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밤은 시끄럽다
그는 이곳 사람들에게 아침형 인간이 많다는 점을 금세 알아차렸다. 동이 트기도 전에, 오전 6시가 채 안 되었지만, 아파트 앞 공터에는 아줌마들이 모여 큰 음악을 틀어놓고 에어로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옆에서는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사람도 있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다양한 아침 식사가 판매되고 있었다. 베트남식 쌀국수 Phở는 단지 한 가지 메뉴일 뿐이었고, 여러 종류의 국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베트남식 샌드위치 Bánh mì도 아침 식사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출근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자취를 감췄다. 점심을 파는 노상 점포보다 아침 식사를 파는 곳이 훨씬 많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난달, 그는 이집트를 다녀왔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그곳 사람들은 완전히 저녁형 인간들이었다. 야시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고, 그와 그의 일행을 제외하면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되자 남녀노소 현지인들이 거리로 흘러나왔다. 밤 10시조차 그들에겐 늦은 시간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호찌민의 주요 야시장은 이집트와 달리 활발하지 않았다. 관광객들이 가볍게 들르는 정도의 장소일 뿐이었다. 현지인들은 퇴근 후 노상 포장마차를 찾았다. 낮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들의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보수적인 이곳 여성들은 맥주보다는 카페에서 밀크티를 마시며 친구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더 선호했다. 카페에서는 남성보다 여성 비율이 훨씬 높았고, 이런 카페들은 밤 12시까지 운영되며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었다.
호찌민에는 태국의 카오산 로드와 비슷한 여행자 거리가 있었다. 부이 비엔과 데탐 거리가 교차하는 이곳은 클럽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과 어두운 조명의 Bar들이 가득했다. 서양의 나이 든 여행자와 젊은 베트남 여성이 함께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저렴한 호스텔과 호텔들이 밀집해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가 처음 호찌민에 도착했을 때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클럽에서 춤을 추며 놀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클럽의 소음과 담배 냄새가 점점 더 거슬려져 요즘은 거의 가지 않게 되었다. 여행자 거리의 또 다른 특징은 치안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북부 하노이와 달리 이곳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소매치기들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구글 지도를 보고 있다가는 소매치기가 독수리처럼 날아들어 폰을 낚아채 갈 수 있었다. 여성들의 핸드백도 흔한 타깃이었다. 금전적인 피해보다도 가방끈에 끌려 넘어지거나 부상을 당할 위험이 커서 더욱 조심해야 했다.
이 도시는 소음이 많았다. 아주 많았다. 그의 아침잠을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에어로빅 음악 소리였다. 자동차 경적 소리,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노상 가라오케 소리까지 끊이지 않았다. 축구만큼이나 노래방 기계를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질러댔다. 노래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웠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꽥꽥거리는 목소리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만약 이곳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처럼 노래를 잘 불렀다면, 소음이 조금 덜 스트레스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클럽이나 거리의 노래방 말고도 소음이 크게 나는 또 다른 장소를 발견했다. 바로 DJ 카페였다. 대부분 남성 손님들이 낮 시간에 찾는 이곳은, 예쁜 여성 DJ들이 클럽 음악을 크게 틀며 공연하는 독특한 장소였다. 그는 낮 시간에 어두운 실내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일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오래 견디기는 힘들었다.
호찌민의 술 문화는 다양했다. 여행자 거리의 저렴한 바와 클럽부터 고층 건물에 위치한 스카이 바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스카이 바는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해졌다. 건물 외부 조명이 반짝이며 도시의 야경을 아름답게 비췄다. 이곳은 가격이 조금 비싼 고급 장소였고, 현지인들은 드레스를 입거나 세미 정장을 차려입고 방문했다. 고층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이공 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것은 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칵테일 한 잔은 만 원이 넘었지만, 와인 한 병은 4만 원 정도부터 시작했다. 그는 생일파티를 하러 온 현지인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이들은 보여주기식 문화를 즐기며, 때로는 한 달치 월급을 써가며 사치스러운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의 자존심과 SNS 자랑 문화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호찌민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하노이와는 달리 활기차고 화려한 면이 강했다. 그는 이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 안에서도 다양한 매력을 발견하며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