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동산

장미

내 별로 돌아가리라

by 쏴재

잘 웃던 어린아이가 있었어. 할머니를 무척 따랐어. 과자를 못 먹게 하는 엄마보다도 항상 자신 위해 역성을 들어주던 할머니를 참 좋아했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3일 밤낮을 울었어 목소리가 안 나오고 눈물이 말라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어. 그렇게 울면 할머니가 들을 것 같았거든.


말랑했던 세계의 경계는 담담해졌고 30살이 된 그 아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크게 울지 않았어.

사람에게 기대면 마음이 상한 걸 알아서 여전히 고독한 인간이 되려고 했어


하지만 이성과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 추우면 몸이 떨리고 배가 고프면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걸 감출 수 없듯이 초연하려고 노력할수록 비참해졌어


그 경계가 살짝 녹을 수 있었던 건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하게도 그는 그 순간을 이전에도 겪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야


과거나 혹은 꿈속에서. 분명 그때도 하늘에는 전깃줄이 걸려있었고 전철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어. 석양의 붉은빛이 공기 중에 수증기에 부딪혀 산란되는걸 맛으로 느낄 수 있었어


그는 사는 것이 힘들었어. 그녀를 사랑하기 힘들었어.

그래서 제주로 갔어. 거기서 사랑을 주고 싶었어.


그녀는 세상을 좀 더 보고 싶다고 했어. 제주는 그녀에게 너무 좁다고 했어.

그녀를 잡을 수가 없었어.

그가 사랑을 하려면 서울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


그래 그는 단지 허영심이 많고 감정적인 사람일 뿐이야.

잡을 수가 없었던 건 핑계야.



Million Alyh Roz

- Alla Pugatcheva


한 화가가 살고 있었다네

화가의 집은 그에게 캔버스가 되었지

그런데 그는 한 아리따운 여배우를 사랑했었네

그녀는 정말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화가는 그녀를 위해 집을 팔고

자기가그린 그림을 팔고 마지막에는 피까지 다 팔아서

그 돈으로 꽃을 샀고

그 꽃은 바다를 이룰 만큼 정말 한가득가득 찼다네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붉은 장미

창가에서면 창가에서면 창가에서면 당신이 보겠지요

사랑에빠진 사랑에빠진 사랑에빠진 사람

자신의 삶을 모두 다 당신을 위해 꽃으로 바꿔버렸다는 것


아침에 깨어 창가에 서면

혼이나 간 듯이 황홀하여

꿈속에 있는 듯

꽃으로 가득 찬 광장을 보게 될 거야

심장이 멈출지도 몰라

어느 부자의 황홀한 선물일까

그러나 창문 너머엔 숨이 멎게도

가난한 화가가 거기 서 있다네


그들의 만남은 짧았고

그녀는 밤기차로 영영 떠났네

그러나 그녀의 삶엔 언제나

장미의 노래가 아름답게 남아 있었네

화가는 남을생을 홀로 살았네

고되고 외로운 삶을

그러나 그의 일생동안

꽃으로 가득한 뜰이 애틋한 꿈처럼 남아 있네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붉은 장미

창가에서면 창가에서면 창가에서면 당신이 보겠지요

사랑에빠진 사랑에빠진 사랑에빠진 사람

자신의 삶을 모두 다 당신을 위해 꽃으로 바꿔버렸다는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