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인지

by 쏴재

# 창문 앞에서 생긴 작은 의문

몇 년 전 어느 아침이었다. 아침 햇빛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들고 창가에 서 있었다. 거리에는 평소와 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자동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신호등이 바뀌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익숙한 장면이다. 우리는 이런 풍경을 매일 본다. 너무 익숙해서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 별생각 없이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아주 이상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나무를 보고 있다. 나는 자동차를 보고 있다. 나는 사람을 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실 내가 직접 보고 있는 것은 나무도 자동차도 사람도 아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지 빛이다.
나무에서 반사된 빛 자동차에서 반사된 빛 사람의 얼굴에서 반사된 빛 그 빛이 내 눈에 들어온다.
망막은 그 빛을 감지한다.
빛은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그 신호는 뇌로 전달된다.
그리고 몇 밀리초 후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저기 나무가 있다.”
이 과정은 너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것이다. 빛 → 신경 신호 → 뇌의 해석 → “나무”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뇌가 해석한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


# 오래된 질문

이 질문은 사실 새로운 질문이 아니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철학자들은 같은 질문을 던져 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Plato는 유명한 비유를 하나 남겼다. 바로 동굴의 비유다.

플라톤은 사람들이 평생 동굴 안에 묶여 있다고 상상했다.
그들은 동굴 벽만 바라볼 수 있다.
뒤에서는 불이 타오르고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지나간다.
그 물건들의 그림자가 벽에 비친다. 동굴 속 사람들은 그 그림자를 본다.
그들에게 그것이 세계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동굴 밖에 있다.
그들이 보는 것은 세계가 아니라 세계의 그림자다.

플라톤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철학적 상상이 아니다. 이 비유는 지금까지도 인간의 인식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도 조금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를 직접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해석된 세계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

우리는 보통 눈을 카메라에 비유한다. 카메라는 장면을 그대로 기록한다. 그래서 우리는 눈도 그렇게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시각은 카메라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카메라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저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렇지 않다. 뇌는 끊임없이 정보를 선택하고 정보를 보완하고 정보를 추측한다. 즉 우리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종종 이런 경험을 한다.
하늘의 구름을 보다가 어떤 동물의 모양을 발견한다.
어떤 구름은 말처럼 보인다.
어떤 구름은 토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는 말도 없고 토끼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본다.
왜 그럴까.

우리의 뇌는 개별 요소보다 패턴을 먼저 찾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 패턴을 찾는 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게슈탈트 심리학이라는 이론이 등장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점을 보지 않는다. 우리는 형태를 본다

예를 들어 종이에 점 4 개를 찍어 보자.
우리는 이것을 “4개의 점”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사각형” 으로 본다.
뇌는 항상 부분을 묶어 전체를 만든다.

이것을 지각 조직화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비슷한 것들은 묶인다. 가까운 것들은 묶인다. 끊어진 선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원리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원리 때문에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 벽의 얼룩에서 얼굴을 발견하거나 나무 그림자에서 사람을 보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뇌는 항상 묻는다. “이 패턴은 무엇일까?” 그리고 가능한 답을 만들어낸다.



# 뇌는 카메라가 아니라 예측 기계

최근 인지과학에서는 뇌를 설명하는 또 다른 모델이 등장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뇌는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다. 뇌는 예측 기계다. 이 이론을 예측 처리 이론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연구자는 신경과학자 Karl Friston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뇌는 항상 먼저 가설을 만든다. 예를 들어

“저건 나무일 것이다.”
그리고 감각 정보를 비교한다.
예측이 맞으면 그대로 유지한다.
예측이 틀리면 수정한다.
1. 뇌가 먼저 예상한다
2. 감각 정보가 들어온다
3. 차이가 있으면 수정한다.
이 과정은 1초에 수천 번 일어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만든 가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 눈앞의 고릴라

2000년대 초 두 명의 심리학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자는 Daniel Simons와 Christopher Chabris

였다. 그들은 참가자들에게 농구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는 두 팀이 등장한다. 흰 옷 팀 검은 옷 팀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흰 옷 팀이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 보세요.” 사람들은 집중해서 패스를 센다. 영상 중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화면 중앙을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가슴을 두드린다.
그 후 천천히 화면 밖으로 나간다.
영상이 끝난 뒤 연구자들은 질문한다.
“고릴라를 보셨나요?” 놀랍게도 참가자의 약 절반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눈앞에서 고릴라가 지나갔는데도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현상은 부주의 맹시라고 불린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의한 것만 본다.


# 기억도 사실이 아니다

인지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발견이 있다. 기억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Elizabeth Loftus는 기억에 대한 유명한 연구를 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단어 목록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침대, 베개, 꿈, 밤, 휴식' 하지만 목록에는 '잠'이라는 단어가 없다.

나중에 질문한다.
“잠이라는 단어가 있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네, 있었어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를 기억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재구성이기 때문이다. 뇌는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든다.


# 생각의 지름길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인간은 항상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Daniel Kahneman 은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설명했다. 첫 번째 시스템 빠르고 직관적이다. 두 번째 시스템 느리고 분석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대부분의 상황에서 첫 번째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빠르게 판단한다. 때로는 충분한 근거 없이 결론을 내린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인지 편향에 빠진다.

우리는 이미 믿고 있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진화는 진실을 선택하지 않았다

인지과학자 Donald Hoffman 은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현실을 보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했다'

숲 속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그것이 바람인지 포식자인지 정확히 분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사이에 포식자가 공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간단한 규칙을 만든다.
“위험해 보이면 도망친다.”

이 규칙은 때로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생존에는 유리하다. 진화는 정확한 인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진화는 유용한 인식을 선택했다.


# 정리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세상을 보고 있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들을 종합하면 조금 다른 결론이 나온다.

우리의 뇌는
패턴을 찾고
예측을 만들고
정보를 선택하고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 결과 우리는 하나의 세계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세계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는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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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해보는 작은 실험

이제 이 질문을 책 속에만 남겨두지 말고 직접 실험해 보자. 다음 실험은 누구나 집에서 할 수 있다.

실험 1

카페에 앉아 주변을 30초 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방금 본 장면을 떠올려 보자.
테이블은 몇 개였는가.
사람은 몇 명이었는가.
벽에는 무엇이 걸려 있었는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험 2

친구에게 사진 두 장을 보여 달라고 부탁해 보자.
거의 같은 사진이지만
작은 변화가 있는 사진이다.
얼마나 빨리 차이를 발견하는지 확인해 보자.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실험 3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자.
몇 분만 지나면
동물이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 다음 질문에 직접 대답해 보자

글로 할 필요 없다 쉽게 말로 대답해 보자. 스마트폰의 음성입력기능을 이용하면 쉽게 기록할 수 있다.

-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해석에는 어떤 패턴이 있을까?

- 우리가 인지 못하는 세계는 무엇이 있을까?


# 사고 관찰하기

- 필요하다면 아래 링크로 가서 마인드맵 그림을 이용한다

- 다음 그림에 추가로 선을 그어서 연결한다

- 그 선을 그은 이유를 적는다. 아무거나 다 좋다. 떠오르는 모든 걸 적는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cBGVE8DgzI5ai-hSQRY7x8sU-jXg9sw9quPVJs0fp0o/edit?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