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교실에서 같은 책을 읽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같은 글을 읽고 같은 설명을 들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학생은 책을 덮은 뒤 이렇게 말합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또 어떤 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재미있었어요.”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학생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전혀 다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듣습니다.
- 책을 많이 읽어라.
- 글을 많이 써라.
이 조언은 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독과 다작은 생각을 깊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왜 어떤 사람은 많이 읽어도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까?'
정보는 넘쳐납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글을 읽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다.”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이 문제의 핵심은 읽기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아주 간단합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려면 먼저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책을 통해 제가 제안하려는 견해는 이것입니다. 인간의 감정, 생각,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어떤 사건을 보면 생각을 만들고 감정을 느끼고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일정한 구조와 반복되는 패턴을 가지고 나타납니다.
우리가 이 패턴을 조금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생각을 훨씬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생각의 지도>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생각의 지도는 특별한 이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던 생각의 구조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주장과 근거, 논리를 만들 때에도 그 안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은 경험에서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원리에서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지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각의 지도는 먼저 만들어 놓고 사용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생각의 지도는 읽고 생각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언어학자 Noam Chomsky는 인간이 특별한 교육 없이도 누구나 어린시절 몇 년 안에 언어를 습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실은 '인간(뇌)은 언어와 사고를 배우는 생물학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글을 쓰다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만의 생각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보배를 만들려면 먼저 구슬이 필요하듯이 생각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서와 사유라는 재료가 먼저 필요합니다. 다독과 다작을 꾸준히 하다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각의 지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이 생각의 지도를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가지 중요한 태도를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책의 목적은 판단이 아니라 관찰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생각을 평가하려 합니다.
“내 생각이 틀린 것 같다.”
“이 주장이 더 옳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사고를 시작하면 생각의 확장은 쉽게 멈춰 버립니다.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이것은 판단이 아니라 관찰입니다.
생각의 지도를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도 바로 확장성입니다.
생각의 지도는 정답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능한 많은 생각의 길을 발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어떤 주장이나 사고방식을 “더 옳다”, “더 뛰어나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정한 유형의 사람이 글쓰기에 더 유리하다는 것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의 사고가 작동하는지를 효과적으로 관찰할 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태도가 있습니다.
바로 메타 인지입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지금 화가 난다.”
“나는 이 생각이 옳다고 느낀다.”
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내 안의 어떤 부분이 이것을 옳다고 느끼는구나.”
“또 다른 부분은 조금 다르게 느끼는 것 같구나.”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우리는 메타 인지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관찰도 바로 이런 방식입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연구하는 작은 연구자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은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왜 특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가'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구조를 만들어 가는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질문이 남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지금까지 이해해 온 세계와 정말 그대로의 세계 어떤모양일까?'
이 책이 생각의 바다를 탐험하기 위한 지도를 조금 더 선명하게 그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