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몇 년 전 일이다. 나는 한 지인과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꽤 똑똑한 사람이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암기야. 학생들이 질문을 못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너무 익숙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질문은 어떻게 배우죠?”
그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그건… 그냥 하는 거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어떤 사람은 질문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질문을 못 할까요?”
그는 다시 멈췄다.
그리고 조금 웃으며 말했다.
“좋은 질문이네.”
질문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도 질문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나는지, 어떻게 훈련되는지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들은 거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배우지 않는다.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어느 날 나는 어린아이와 함께 길을 걸은 적이 있다. 아이는 계속 질문을 했다.
“왜 하늘은 파란색이야?”
나는 설명했다. 대기와 빛의 산란에 대해 간단히 말해 주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왜 빛이 산란해?”
나는 잠깐 멈췄다.
“그건… 빛의 파장이랑 공기 분자 때문이야.”
아이는 또 물었다.
“그럼 왜 공기 분자가 있어?”
나는 웃었다.
그 질문은 사실 물리학의 시작점과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들은 세계의 모든 것을 질문한다. 어른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왜일까? 아이들이 특별히 철학적이어서일까. 아니면 단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능력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질문이다. 어떤 시점부터 사람들은 질문을 멈춘다. 대신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원래 그런 거야.” “다 그런 거지.” “그건 상식이야.” 이 말들은 흥미롭다. 왜냐하면 이런 말들이 등장하는 순간 질문이 끝나기 때문이다. 상식이라는 말은 사실 질문을 중단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이것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질문했다.
정말 태양이 움직이는 걸까?
그 질문이 없었다면 지동설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혁명은 사실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질문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람들에게 계속 질문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용기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계속 물었다.
“정말 그게 정의인가?”
“그 정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가?”
“그럼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되는가?”
질문이 계속되면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그의 방법은 지금 소크라테스식 문답(Socratic method)이라고 불린다. 이 방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질문을 통해 생각을 드러낸다. 사람의 생각에는 항상 전제가 있다. 우리는 어떤 가정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 가정을 의식하지 않는다. 질문은 그 가정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이런 대화를 생각해 보자.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 해.”
이 문장은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질문을 하나 던지면 상황이 바뀐다.
“왜 좋은 대학이 성공을 보장하죠?”
그 질문은 숨겨진 가정을 드러낸다.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성공
이것이 하나의 생각 구조다.
질문은 생각의 구조를 보이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공격으로 느낀다. 누군가가 질문하면 자신의 생각이 도전받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원래 질문의 목적은 공격이 아니다. 질문의 목적은
생각을 열어보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함께 더 깊이 생각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질문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질문은 생각을 움직이는 도구다.
이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심리학자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예상과 현실이 어긋날 때.
예를 들어 보자.
컵을 떨어뜨리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것은 우리의 기대다.
하지만 만약 컵이 공중에 떠 있다면?
우리는 즉시 질문한다.
“왜 저러지?”
이것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지적 불균형(disequilibrium)*라고 부른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세상을 설명하는 모델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그 모델과 맞지 않으면 우리는 질문을 시작한다. 질문은 모델의 균열에서 태어난다.
과학의 역사도 비슷하다.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질문했다.
왜 사과는 떨어질까?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새들을 보고 질문했다.
왜 섬마다 부리가 다를까?
아인슈타인은 이런 질문을 했다.
빛을 따라 달리면 무엇이 보일까?
이 질문들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다. 과학자들은 항상 새로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종종 새로운 질문을 찾는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보다 더 강력할 때가 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실' 질문이다.
예 “지구의 나이는 몇 살인가?” 이 질문은 관찰과 측정을 통해 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과학적' 질문이다.
예 “왜 공룡은 멸종했을까?” 이 질문은 가설과 실험을 통해 탐구된다.
세 번째는 '철학적' 질문이다.
예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실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바꾼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질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왜?” 질문은 종종 과학과 철학의 시작점이 된다.
질문은 생각을 어떻게 확장할까. 비판적 사고 연구자들은 사고를 하나의 구조로 설명한다. 생각에는 보통 다음 요소가 있다.
-목적, 질문, 정보, 추론, 가정, 관점, 결론
이 구조에서 질문은 중심에 있다. 왜냐하면 질문이 바뀌면 정보도 바뀌고 추론도 바뀌고 결론도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떻게 더 많이 일할까?”
이 질문은 생산성을 높인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면 결과도 바뀐다.
“어떻게 덜 일하고 더 잘 살까?”
같은 현실에서 전혀 다른 삶이 만들어진다.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레버다.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은 흥미로운 말을 했다. 사람들은 보통자신이 속한 패러다임 안에서만 질문한다.
패러다임은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 틀이다.
예를 들어 중세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그 틀 안에서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다.
“행성은 왜 완벽한 원을 그릴까?”
하지만 누군가가 질문을 바꿨다.
혹시 지구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질문은 기존 패러다임 밖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질문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질문은 단순히 궁금증이 아니다.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도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읽는 책, 우리가 찾는 정보, 우리가 보는 세계모두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질문이 당신의 삶을 결정한다.
이 장을 읽고 있다면 하나의 작은 실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오늘 하루 동안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자.
“나는 지금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당연함에 하나의 질문을 붙여 보자.
예를 들어
- 왜 우리는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할까?
- 왜 학교는 같은 나이끼리 모여 있을까?
- 왜 성공의 기준은 돈일까?
질문을 조금만 더 이어 가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수많은 가정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세계는 조금 더 넓어진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질문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질문은 모순에서 시작된다.
질문은 놀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질문은 생각을 움직인다.
어쩌면 인간의 지능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 다음 그림에 추가로 선을 그어서 연결한다
- 그 선을 그은 이유를 적는다. 아무거나 다 좋다. 떠오르는 모든 걸 적는다
- '질문'에 관한 나만의 마인드 맵을 만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