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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쏴재 Jul 05. 2022

이직 후 인연

정신승리가 최고

같이 근무했던 팀장님을 만나고 왔다.

알고 보니 이분도 얼마 전 이직을 해서 바로 앞 건물에서 일하고 계신다 하여 같이 점심을 하기로 지난주에 약속했다. 같이 근무한 본부장님도 얼마 전 연락이 왔었는데 이런 연락들이 반가웠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도 인연이 생기고 이직하고 나서도 연락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만나고 기분이 나빴다.

아니 왜 같이 밥 먹자고 한 거지?

그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네트워킹을 하러 오신 건가? 아님 내가 어찌 살았는지 알아보려고, 개인 호기심을 채우러 온 걸까?


대화의 내용이나 어투로 보아 다음과 같이 느껴졌다.

- 아니 왜 그 회사로 이직한 거야? 나 같은 면 다른 옵션을 선택할 텐데

- 증권사는 자기 밥그릇 챙겨서 이직해야 해.

- 지금 회사 오래 다닐만하겠어?

- 아니면 빠르게 이직하는 게 좋아. 아직 젊으니 다른 좋은 곳 찾아서 정착해야 해


 웬만큼 질문도 받아주고 맞장구도 쳐주었다. 거절하듯 딱 잘라 '알아야 서 잘하고 있다'라고 말하진 않았다. 저런 공격적인 질문에 대답 안 해주는 게 나에게 이득일 텐데 생각하면서도 예의 차렸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내 기분도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저런 질문에 대답을 해주다 보니 내가 짜증이 났다.

의아하기도 했다. 이렇게 걱정할 거면 회사 다닐 때나 잘 챙겨주지. 먼저 이직하고서는 왜 저럴까 싶었다.

아! 깨달았다.

'자기가 이직을 하면서 들었던 걱정을 하는 거구나!'

'지금 뱉는 말이 자기가 불안하고 걱정하는 부분이구나'


그분이 힘들다고 생각해도 바로 연민이 생기진 않았다. 그의 어조나 말투가 내 기분을 거슬리게 했다. 그래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내 감정을 고려해 말은 못 하지만 나라도 그에게 잘해줘야지'

마지막 헤어지면서까지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 했습니다. ~~~~ 해서 좋았습니다.


내 기분이 완정 망치진 않았다.

내가 날 잘 아껴줘야지 좋은 하루가 된다.


생각해보니 지난 직장에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저분도 큰 역할을 했구나 싶었다. 이런 공감능력의 부재를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공격인 사람들도 주변에서 잘 챙겨줘야 한다. 당근도 주고 채찍을 주더라도 우리의 울타리 안에 둬야 한다.

그냥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연이 많을수록 내 인생이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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