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8
베트남 하면 오토바이 그리고 전통의상 아오자이가 유명하다.
오늘 출근길은 상당히 막혔다. 왕복 4차로 인도가 없는 이곳 도로엔 오토바이가 주로 2차선으로 다니고 차들은 1차선으로 다닌다. 가끔 오토바이 도로 자동차 도로 분리가 된 경우에는 좌회전 우회전 신호가 각기 다를 수도 있어 회전이 위험하다. 예를 들어 직진 신호에 우회전이 가능한 한국의 상황과 다르게 이곳의 차량이 1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면 직진하려는 2차로의 오토바이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런 교통시스템에서 교통 체증과 잦은 교통사고는 당연해 보인다.
오늘도 앞서가던 차와 오토바이가 사고가 나서 길이 상당히 막혔다. 큰 사고는 아니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큰 부상 없이 현장에 서있었고 사고 차량들 또한 도로 위에 서있었다. 이렇게 사고 때문에 도로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어 버린다. 한국에서 온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아니 왜?? 큰 사고도 아니고 가벼운 접촉사고일 뿐인데 길을 완전히 막으며 사고처리를 기다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사고가 교차로에서 일어날 경우에는 더 미칠 노릇이다. 쌍방 교행이 거의 불가능하게 사고차량이 교차로 한중간에 떡하니 서있는다. 약속 시간 정시에 도착하기란 불가능하다. 한국의 교통 체증처럼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꽉 막힌 하수구처럼 전혀 흐름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공안이 도착해 사고 정리와 교통정리를 하고 나서야 서서히 흘러간다.
시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아니고서는 출퇴근 시간엔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통근할 수밖에 없다. 차를 이용하면 더 오래 걸린다. 시내 고속도로는 없다. 한 번씩 컨테이너 트럭이 전복되어 도로 자체를 완전히 다 막았다는 소식을 교민들 단톡방에서 듣곤 한다. 처음 호찌민에 도착했을 땐 그랩과 우버 바이크 같은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이용해 출퇴근했다. 나는 그나마 체격이 작은 동양인이지만 커다란 서양인을 태우고 가는 오토바이 기사들을 보면 상당히 안쓰럽다. 작은 베트남 기사 뒤에 매달리듯이 탄 커다란 서양인들의 모습은 개미가 코끼리를 업고 가는 모양이다. 현지인들이 많이 타는 오토바이는 한국에서 퀵서비스 운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빅 스쿠터 종류의 바이크가 아니다. 옛날 자장면 배달에 애용되던 시티 100 종류의 경량 바이크다. 가볍고 기동성이 좋고 유류비 또한 적게 든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그랩과 우버 기사 뒷좌석에 자주 매달려 가다 보니 나도 운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 한 번에 1000원 정도의 가격이었지만 내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그보다 더 저렴하고 택시를 타는 경우도 줄어들 것 같았다. 물론 나의 과소비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교통비 같은 고정비용은 항상 아깝다. 250불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했다. 명의이전은 하지 않았지만 등록증을 항상 가지고 다니고 국제면허가 있는 나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차가 없었다. 내차를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보다는 해외여행을 다니고 싶은 욕구가 더 컸고 매달 월세를 지불해야 하기에 차를 가질 경제적 여유는 없었다. 나의 첫 자가용이다. 가솔린과 구동 엔진으로 톨 아가는 바퀴가 달린 기계. 그렇게 처음엔 자주 나의 스쿠터를 애용했다. 출퇴근도 하고 못 가본 동네도 가보고 걸어서 갈 수 없는 이런저런 곳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이놈의 오토바이가 사이공강을 건너는 터널 한가운데서 멈췄다. 낭패였다. 스트롤을 아무리 당겼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일어서 밀기 시작했다. 옆에선 차들이 생생 달리고 갓길은 너무 좁았다. 위험천만했다. 터널의 오르막을 빠져나와 다시 시동을 걸어보니 걸렸다!!!. 바람에 꺼질듯한 촛불을 조심조심히 옮기듯 겨우 서비스센터에 도착했다. 오토바이 브랜드 직영 서비스센터 말고도 주변에 많은 정비소가 있지만 잔고장을 몇 번 고치고 나서도 다시 고장 난 것이라 직영 서비스센터에 가기로 했다. 역시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엔진으로 들어가는 연료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걸 직원이 직접 보여줬다.
'아 그래서 스트롤을 당겨도 스쿠터가 가속이 잘 안 되었구나...'
정비 직원이 오토바이를 바꿔라 한다. 내 오토바이가 너무 늙었단다. 안된다. 아직 안된다 난 좀 더 타야 한단 말이다. 그리하여 150불을 주고 새 부품으로 갈았다. 150 +250. 너는 이제 400불짜리 중고 오토바이다. '아... 처음부터 좀 더 좋은 걸 사야 했는가 ……'. 그 이후론 잔고장도 없이 잘 타고 다닌다.
처음에는 흥미가 많이 생겨서 더 좋은 오토바이를 사볼까 생각도 해보고 오토바이로 베트남 종주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었다. 아니었다. 난 오토바이가 여전히 무섭다.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오토바이를 매일 볼 수 있다. 혹여나 철근이나 유리를 싫은 오토바이가 사고가 난다면... 정말 끔찍하다. 앞 뒤 전혀 안 보고 끼어드는 무식한 젊은 남자 운전자들, 후진으로 내 옆을 치고 들어오는 베트남 김여사들을 겪어 보고 나서는 오토바이 운전은 더욱더 아니라고 생각됐다. 크지 않은 도로에서도 대형트럭들과 오토바이가 뒤섞여 이동한다. 해외에서 객사하고 싶지는 않다. 길에서 사망사고를 봤다를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오직 출퇴근용으로만 쓴다. 다른 볼일을 보거나 매주 가는 테니스도 그랩 차량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곳 우기에 비가 올 때는 도로 곳곳이 물로 넘쳐난다. 고급 주거가 많은 호찌민 2군에도 아직 우수 관계시설이 미비해 비가 오면 도로가 거의 홍수 수준이다. 오토바이 배기통에도 물이 들어갈 만큼 도로에 물이 차는 경우 가도 종종 있다. 출근길에 비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곳 우기 때는 소나기성 폭우가 몰아치는데 그 시간이 좀 일정하다. 퇴근 때 비가 오기 시작하면 다들 멈춰 서서 우비를 입는다. 내가 우비가 없어서 지나가려 해도 도로 중간에 서버린 수많은 오토바이를 뚫고 지나갈 수가 없다. 난 그대로 비를 쫄딱 맞았다. 그 후로는 스쿠터 트렁크에 우비가 상비되어있다.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더라도 상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젖는다. 더 커버가 가능한 점프슈트 스타일의 우비를 입을 만 한데 현지인들은 비에 젖는걸 많이 거리끼지 않는다. 앞뒤만 막혀있고 양옆은 터진 오토바이용 우비를 애용한다. 그리고는 주차 후 오토바이에 널어서 말린다. 그랩 서비스를 이용해서 뒷자리에 탔는데 비가 오면 그 우의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 거기서 나는 냄새가 상당히 고약하다.
여자들이 치마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려면 불편하다. 그래서 보자기 같은 천 때기로 롱 스커트처럼 허리에 두르는 아이템이 필수적이다. 직접 운전하지 않고 뒤에 타는 경우에는 일반 승마자세가 아니라 두 다리를 한쪽에 걸치고 다소곳이 앉는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어 운전자에게 고난도 스킬이 요구된다. 그래도 출퇴근 시에는 시속 30킬로를 넘길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워낙 교통체증이 있다 보니 이곳 시내에서는 가벼운 접촉사고는 흔하지만 큰 사고가 쉽게 일어나진 않는다. 출퇴근 시엔 나도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이유이다.
길을 가다 보면 오토바이 주차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 데나 주차하고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지난 뒤 찾으러 가면 오토바이는 없어진다. 마술이 아니다. 도난이 매우 흔한 동네이다. 오토바이가 자전거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자동차보단 훨씬 가벼우니 도난의 위험이 크다. 신은 믿대 차는 잠그고 다니라는 말이 있다. 도난을 당하고 아침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주차를 잘해야 한다. 집 앞에 세워두고도 도난당한 걸 봤다. 오늘 아침에도 회사 출퇴근 차량 사이드 미러 두 짝을 도난당했다고 친구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