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7일.
오늘 저녁엔 북미 제2차 회담이 열린다. 국제적인 홍보효과를 볼 수 있어 베트남에게 호재다. 베트남은 매서운 속도 발전하고 있으며 남부 도시 호찌민은 주변 동남아 도시들과 경쟁하고 있는 도시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거대한 국토를 개발한다. 한 번에 건설하는 수백의 공항, 고속철도 등을 보면 짐작이 간다. 베트남도 사회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과는 다르다. 중앙정부가 호찌민 지방 개발에 있어 강한 실행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베트남 전체의 정치행정적인 상황을 고려하더라고 호찌민은 수도 하노이와 다르다. 실행 속도면에서도 그 점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하노이의 도시개발 속도에 비해 호찌민의 개발 속도가 느리다. 2020년 완공되기로 한 호찌민 지하철이 시간 안에 완공되기란 2019년 현재 매우 어려워 보인다.(2022년인 지금도 상황은 어렵다. 하노이는 그 보다 빠르다).
베트남은 성문법을 따른다. 판례를 따라서 개발일을 진행할 수 없다. 애매하게 나온 법 조항을 따라 당국의 담당공무원이 결정할 때 까지기 다려야 한다. 한국처럼 담당공무원에게 달려가 법 조항을 가지고 설득하기도 어렵다.
국가 인구 9천만 명의 10프로인 900만 명이 호찌민에 살고 있으며, 매년 20만 명씩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호찌민 도시의 물리적 사이즈는 서울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8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과 민간이 개발한 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교통은 매우 열악하다. 과거 프랑스 지배시대 때 정비한 도로를 그대로 유지한 느낌이다. 높은 지가로 인하여 도시 중앙 지구의 개발이 더딘 반면, 중앙을 둘러싼 주변부의 개발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신도시가 생겨나 서울 수도권이 확장되듯 호찌민의 도시의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젊은 노동층의 인구가 두텁고 그에 따른 소득 증가와 구매력 증대로 인해, 외국자본 및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주거개발보다는 중저가의 주거개발이 외곽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호찌민은 진흙과 뻘이 많다. 땅이 매우 무르다. 엄청나게 크고 긴 메콩강의 하류지역으로 습지가 많다. 주변에 산이나 언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곡창지대다. 일 년에 삼모작이 가능한 동네이다. 이곳 어디에서든 땅을 1m 정도만 파내어도 물이 스며 나온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로 콘크리트 파일이 많이 사용된다. 파일은 건물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쓰는 땅에 묻히는 지중 기둥과 같은 것이다. 땅 표면에는 습기가 많은 뻘이나 진흙이더라도 하중이 더 크게 작용하는 땅속에는 무거운 모래가 많다. 그래서 여기에 기초를 세우면 침하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높은 건물일수록 더 깊은 기초가 필요하다. 젓가락처럼 기다란 콘크리트 파일을 박기 위해선 우선 커다란 드릴로 땅을 파낸 다음 심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 땅이 워낙 무르다 보니 무거운 중기계로 파일을 누르면 저항 없이 쑥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땅이 더 무른 강변 건설 현장에서는 이 파일을 땅속에서 분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천 kg의 거대한 콘크리트 파일이 사라지는 마술이 일어나곤 한다.
이곳 주택의 땅은 길쭉한 사각형 모양이 많다. 대지경계선의 좁은 면이 길의 수직방향으로 놓여있다. 사회주의 국가답게 대지가 접한 도로면을 공평하게 나눈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은 좁고 기다란 형태이다. 좁은 폭이 3~4미터 밖에 되지 않고 한층에 거실과 방과 화장실을 다 넣기란 부족하다. 수직으로 높은 주택을 짓거나 옆 땅을 함께 매입해서 넓은 땅에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좁고 높은 건물이 대부분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공간을 띄는 공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좁은 건물의 폭을 더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공간을 두지 않고 하나의 합벽을 쓰는데 네덜란드나 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건축양식이다. 이런 방법은 약한 지반을 가진 이곳의 건물들의 안정성을 더 높여준다. 독립적인 건물은 지반 보강을 위해서 기둥을 더 많이 박아야 하니 비용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나의 건물이 쓰러지긴 쉽지만 합벽으로 붙은 여러 개의 건물은 쉽게 기울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유용한 건축 양식이다.
땅이 무르고 물이 많다 보니. 지하층을 깊게 두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땅을 파는 공사는 매우 어렵고 시공기간이 길다. 흙만 막아선 되지 않는다 조밀하게 막아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 거의 수중공사만큼 어렵다. 이곳 지하철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베트남에서는 아직 차량을 보유한 세대가 한국만큼 많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 주차공간이 부족하게 되면 관계 법령이 재정되어 지하주차장을 필수로 만들거나 지상층의 유효공간 포기하고 지상주차장을 넣는 계획을 재정해야 할 것이다. 아직 주차장법이 미비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는 게 훨씬 더 편한 곳이 많다.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기 위에선 뒷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들 한다. 이곳에서도 불법적 관행이 당연시되는 부분이 있다.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지만 경제는 중국처럼 시장경제이다. 많은 땅이 국가 소유이다. 개인 소유의 땅도 모두 원칙적으로는 국가 소유이고 개발 및 점유하도록 개인에게 임대를 주는 것이다. 도시기반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나 민자사업을 진행할 때도 국가의 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땅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개발의 인허가권자가 당국이란 사실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땅을 사고팔 때도 당국이 허가해줘야 하는 부분이 많고 개발을 할 때는 전적으로 당국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큰 권력을 가진 관료들이지만 그들의 월급은 매우 적다. 교통경찰들이 범칙금 부과하는 대신 뒷돈을 요구한다. 개발사업에 관련된 공무원들도 뒷돈을 요구한다.
뒷돈을 주는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위에서 말한 성문법과 일당체제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애매하게 뇌물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면 한국과 미국 그리고 베트남의 차이를 설명해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우선 내 변호사가 법적으로 검토하여 받을 수 없는 돈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문제의 소지를 줄이고 돈을 받는 방법을 강구해 낼 수도 있다. 베트남의 경우 리스크를 판단할 근거는 정치적 입지에 있다. 법이 날 보호해 주지 않는다. 중국처럼 정치적 싸움에 밀려 2인자가 사형을 구형받는 경우와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뒷돈을 주기 위해서는 창의적이 방법이 필요하기도 하다. 개발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한국의 경우는 각자의 상상해 보시라.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한국이든 선진국 어디든 건축개발과 관련된 스캔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스캔들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한국과 유사하다. 베트남 사회문화 곳곳에서 우리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베트남의 절이나 전통건축 양식은 동북아 한중일의 전통건축 양식과 유사해 보인다. 동남아스럽지 않다. 우리 한국인 눈으로 보면 그 차이를 볼 수 있지만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서구권 사람들이 보면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지붕이다. 지붕은 역할은 2가지이다. 하나는 비를 막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태양(자외선)은 막는 것이다. 완전히 막아서는 안되고 적당히 막아야 강한 자외선은 가리되 적당한 밝기의 빛이 실내로 들어온다. 그래서 처마의 길이가 다르다. 기둥이나 벽으로부터 얼마나 처마가 뻗어 나온 지를 보면 그 나라의 위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한낮 자외선이 가장 강력한 시간 때 한국에서의 태양의 남중 고도- 해가 가장 높이 뜨는 각(그래서 자외선이 강하다. 자외선을 막아 주는 오존층과 대기층을 수직으로, 최단거리로 통과한다)-는 적도 주변의 나라에서 보다 낮다. 한국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경로는 적도 또는 극지방과 다르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이다. 극지방에 백야가 있는고 유럽 여행을 가면 낮이 길다. 백야는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고 한쪽 끝에서 해가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거다 반대로 극지방의 겨울엔 해가 뜨지 않고 동이 트는 것처럼 하늘의 한쪽에만 살짝 어둠이 걷힌다 (이것은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있어는 상태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에 계절이 생기는 원리와 둥근 지구 덕분이다).
그래서 적도 근처의 나라에 건물의 처마길이가 한국보다 짧다. 해가 가장 뜨거울 시간에 해는 완전 내 머리 위 수직 90도 근처에 있다 보니 처마가 길 필요가 없다. 한국의 위도는 36도 정도이니 봄가을에 태양 남중 고도는 90-36= 54도 정도 된다. (사실 한여름의 남중 고도는 적도보다 한국에서 더 높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한여름 위도 23.5도 근처의 국가들의 태양 남중 고도가 90도가 되고, 적도는 90-23.5=66.5도, 한국은 90+36-23.5= 102.5 또는 77.5도가 된다. 그래도 4계절 365시간을 다 더해보면 적도지방에서 태양의 고도가 한국보다 높을 때가 많다.)
외국인이 내가 느끼는 베트남 건축 미술의 특징은 전통적인 것보다는 근현대의 인도차이나 양식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지배를 거쳐온 탓에 서구 양식과 동남아 양식 섞인듯한 스타일이다. 여기엔 동북아가 아니라 동남아 느낌이 들어가 있다. 원색적이면서도 뭔가 고풍스럽다. 홍콩 상하이 개화기 양식과 비슷하지만 다른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 영화 '연인'을 보면 그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건조하고 햇빛이 강한 남부지방 호찌민 카페에서는 좀 더 화려하고 원색적인 느낌(동남아스러운)이 많이 든다. 북쪽 하노이에서는 좀 더 고품스러운 옛 느낌을 좀 더 표현한다. 호수가 많은 하노이에는 안개 낀 날이 많다. 아침 안갯속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이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지나 모습이 아름답다. 시원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전통의상 '아오쟈이'는 남부에서도 북부에도 도시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전통적인 거리의 모습 그리고 현대 도시의 모습과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