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살아드립니다(6)

우리가 주 4일만 근무하면 행복할까요?

by 쏴재

이렇게 살면 망할 것 같은데 살아보고는 싶어!

저는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살짝 망한 것도 같지만 꽤나 잘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평소에 알고 있던 하노이 날씨와 무척 달랐습니다. 하루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는 습한 날씨의 하노이를 예상했는데, 하늘은 청명했고 햇살 좋은 가을 날씨였습니다. 적도 기후 호찌민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가날씨가 오랫동안 유지되었습니다. 마치 남부 고산지역 '달랏'과 비슷했습니다. 현지인들도 말하길 이렇게 좋은 날씨는 오랜만이라고 합니다.


회사에서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관리했습니다. 부동산 펀드는 간단하게 말해 수익증권, 즉 주식 같은 것입니다. 상장 주식거래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건물의 증권으로 만든 것입니다. 주변에는 여러 투자사들이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다른 연금들, 공제회, 증권사, 은행, 캐피털사 등 이런 기관들은 자산을 굴려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이 돈을 잘 굴려야, 즉 투자를 잘해야 이후 국민에게 연금을 줄 재원을 마련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 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을 사려고 한다면 여러 리스크를 잘 관리해서 매입해야 합니다. 큰 리스크 중 하나는 건물 가격이 너무 비싸고(여의도 IFC 4조 1000억 원, 판교 알파리움 1조 206억 원) 유동성이 떨어집니다. 매각차익을 많이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 비싼 건물을 누가 언제 사갈지 알 수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입지가 중요한데 이런 입지적 요건은 보유기간 동안에도 변동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이 생기거나 도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문화시설이나 아파트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예상해서 앞으로 종로 오피스 빌딩의 가격이 오를 것에 배팅을 하고 싶어도 어렵습니다. 길 하나 건너기만 해도 빌딩 가격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건물 한 채를 오롯이 다 매입하기보다는 그 지역 여러 건물들의 지분을 사는 게 더 안정적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이 지분도 서로 거래할 수도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게 부동산 펀드입니다.


이런 펀드 중 하나를 관리하러 베트남에 갔습니다. 펀드 규모도 크고 투자자도 여러 기관 들이여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정치적 상황, 금융 시장 상황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이 느려질 때는 여러 당사자들이 불만을 표현합니다.


내가 회사 오너가 되면 스트레스가 적겠다 생각하곤 합니다. 다른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남이 날 평가하진 않을 테니깐요. 제가 맡은 현지법인장 직책도 그냥 직원일 뿐이고 대부분 본사 팀에서 관리합니다. 하지만 책임은 법인장이 지는 느낌입니다. 월급을 많이 주는 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주더군요. 투자사 담당들이 본사팀에게 요청을 하면 본사에서 다시 저에게 요청하는 구조였습니다.

우리가 주 4일만 근무하면 행복할까요?


이 질문에 자답하는데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줍니다. 베트남은 주 6일 근무를 하는 곳입니다. 이전에 호찌민에서는 싱가포르계 회사에서 근무해서 상황이 좀 다를 수도 있지만 3년 동안 외국인으로서 현지의 로컬 맛은 충분히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현지 직원, 동료들은 회사에 놀러 나오듯이 행복하게 일하더군요. 저에게 잘해주는 동료들이 많고 좋은 회사였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나라 전반적으로 한국 회사원들보다 더 즐거운 회사생활을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주 6일 근로조건만 본다면 한국보다 더 스트레스가 심해야 되는데 반대입니다.

회사 문화에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회사가 좀 편해 보입니다. 업무시간에 직원들이 엄청 잡담을 많이 합니다. 거의 취미 생활하러 온 것처럼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회사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잡니다. 예의랑 매너만 지킬 수 있다면 매우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누워서 자고 싶었습니다.

회사 행사를 많이 합니다. 신년회, 송년회, 운동회 등등. 직원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장기 자랑하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회사와 집. 회사와 가정의 경계가 한국보다 약합니다.

회사가 월급을 주지만 개인의 자유를 덜 구속한다고 느꼈습니다. 공산주의의 평등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직장 문화를 가진 이유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하나의 이유로 볼순 없지만 큰 영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민족(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서 서로를 잘 이해해서 그런 것 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지 직원에게 외국인 팀장이 너는 월급 받으면서 이렇게 잡담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 이상해지는 겁니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익숙한 문화의 방법을 이곳 현지에 적용하면 안 됩니다. 팀원으로부터 불신과 불만을 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저도 이런 현지 문화의 장점을 잘 이용했고 직장 안팎으로 생활이 즐거웠습니니다. 그런데 이번 직책으로 베트남의 근무의 장점이 사라졌습니다. 제 직원은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저는 법인장으로 몸만 자유롭지 정신을 빼앗겼습니다.

현지에서 업무 진행의 문제가 있으면 일단 제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해결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다 보니 스스로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살아드립니다(7)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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