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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식 Sep 22. 2017

무조건 싸게 팔면 되겠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착각

"일단 유명해져라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팝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명언이라고 언제부턴가 잘못 와전되어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누가 말했느냐보다 기억에 남는 건 공감하게 되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 이상한 두부를 팔아 유명해진 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판되며 식품업계를 넘어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2005년, 틈새가 없어 보이는 전통 식품 레드오션 시장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발상으로 등장한 이 기업은 출시 2년만인 2006년 매출 40억 엔을 돌파하고 1000% 신장, 시장 점유율 1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그 해 <닛케이 트렌드>라는 매체가 선정하는 일본 10대 히트 상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남자의 터프한 기질로 혼신을 다해 두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오토코마에 두부’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어로 ‘오토코마에’란 ‘남자다운’이라는 의미이다. 두부에도 남다른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토 신고’ 사장은 1993년, 스물네 살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평범한 두부생산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초기부터 그는 특성 없는 두부 이름과 맛에 불만을 느끼던 그는 1998년 상품개발 담당자가 된 후, 싼 두부의 대량생산 이미지를 탈피하고 맛도 좋고 눈에도 확 띄는 개성 있는 두부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두유 농도를 높여 훨씬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고, 포장지에는 큼지막한 검은색으로 ‘사내 남(男)’자를 써넣어 ‘절대로 배신하지 않아!, 제대로 된 두부를 보여줄게!’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게 된다. 


 우리나라 식탁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두부는 일본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많은 업체가 경쟁하지만 아무런 특색 없이 똑같이 네모난 용기에 담겨 팔리는 식품이기도 해서 후발주자가 웬만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과점 시장이다. 제품 자체에서 차별성을 갖추기 어려운데다가 브랜드가 아닌 중소기업의 제품은 판매물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또한 갖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시 하나 둘 대형 유통업체의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 있던 두부 회사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자체 PB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파산할 것인가, 혁신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한 오토코마에 두부는 변화가 없을 것만 같았던 일본 두부 시장을 어떻게 세 배나 비싼 가격으로 평정해 버린 걸까?     


오토코마에는 두부는 고정관념부터 깨기로 했다. 다른 두부와 비슷하게 만들어서는 특별함을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토 신고’ 사장은 소비자들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두유 농도를 높여 깊고 진한 맛을 만들었다. 또한 품질뿐만 아니라 패키지의 디자인도 차별화하고자 노력했다. 제품 앞면에 ‘오토코(男·남자)’라는 검은색 한자는 한번 본 사람이면 도저히 잊기 힘들도록 만들었다. ‘남자다움’이라는 철학을 담았던 것이 젊은 층의 시선을 끌게 되었고, 재미삼아 구매해 본 소비자들은 두유 다른 두부에 비해 훨씬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는 제품에 다시 한 번 놀라 인터넷에 자발적으로 직접 먹어본 두부 이야기를 올리고 공유하게 되었다. 뚜렷한 차별성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이 두부에 사람들은 가격적인 거부감 없이 매료되었고 기삿거리를 필요로 하는 방송가에 소개되어 더욱 큰 반응을 얻게 된다. 심지어 완구회사 ‘반다이’에서 오토코마에 두부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게도 되는데 정말 놀라운 것은 그렇게 되는데 까지 광고를 한번 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케팅 가치 철학     


 여기서 우리는 ‘보통의 두부와 완전히 다른 제품을 보여 주겠다’라는 이토 신고 사장의 철학에 주목해야 한다. 그저 다른 두부보다 맛있는 두부였다면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진 못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면 당연히 조금 더 저렴한 것을 찾게 된다. 어떻게든 원가를 낮추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 무조건 되리라는 생각은 반드시 한계가 발생하므로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갑자기 등장해서 세 배나 비싼 가격에 판매된 오토코마에 두부가 불티나게 팔린 이야기에서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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