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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식 Sep 22. 2017

전시회의 가성비

마케팅의 종합 패키지

 우리나라 대표 포털 사이트의 [사전] 메뉴에서 ‘마케팅’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 마케팅(marketing)

 -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조사, 상품계획, 선전, 판매 촉진 따위가 있다     


 시장조사, 상품계획, 선전, 판매 촉진이라 일컫는 마케팅 활동의 영역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에 있어 기본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지만 각 단어로 연상되는 이미지는 전문 부서가 존재하는 큰 회사여야만 가능할 것 같고, 혹은 전문 기관에 의뢰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더욱이 각각의 활동들은 한꺼번에 행하지 못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거대해 보이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마케팅 활동이 어렵다는 것인가?’     


 사실 이 지점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고민하며 헤매던 중, 우연히 깨달음이 되어준 경험이 찾아왔다.      

 주최자는 전시회가 종료된 후에 참가했던 기업에게 감사 메시지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그것은 주최자에게 전시회를 준비하며 힘들었던 시간을 시원하게 잊게 해주고 가장 큰 보람을 주고 사명감을 느끼게 해주는 마약과도 같다. 한번은 사업을 시작하고 전시회를 처음으로 접해본 기업이 행사를 잘 치르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을 하였다.     


 “음, 정확히 말로 표현은 못하겠는데 뭔가 방법을 찾은 느낌이에요!”     


 그 기업은 처음 접해본 전시회의 경험이 긍정적이어서 자연스럽게 다음 일정 참가로 이어지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그 기업의 전시회 운영 형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독특한 행동들을 발견하게 된다.     

대표자는 자사부스를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 하루 종일 다른 참가기업 돌아보기, 

* 어떤 기업, 어떤 제품이 관심이 높은지 염탐하기, 

*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 쳐다보기

* 우리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기

* 전시회로 손님들 불러서 커피 마시기

이러한 활동들을 하느라 하루가 부족해 보였다.     


 마케팅의 기본활동 중 ‘시장조사’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 해야 하는 부분인데 크게 트렌드 분석고객 분석경쟁사 분석자사 분석의 4가지로 나뉜다. 이 기업의 대표자는 전시회를 통해 ‘시장조사’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 트렌드 분석 –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 쳐다보기

  - 연령대는? 복장은? 누구랑 같이 왔는지? 어떤 말과 행동들을 하는지?     

 * 고객 분석, 자사분석 – 우리 기업을 방문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기

  - 제품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어떤 제품에 관심이 높은지? 어떤 색상? 

    어떤 디자인?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은? 행동은? 눈빛은? 눈에 띄는 특이점은?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 경쟁사 분석 – 하루 종일 다른 참가기업 돌아보기 

  - 어떤 기업, 어떤 제품에 반응이 좋은지 둘러보고, 왜 반응이 좋은지? 차별점은?

    참고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은? 접목시킬 만한 것은? 특이점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음 분기 어떤 디자인과 어떤 색상을 주력으로 판매해야 할지에 대한 ‘상품 계획’ 아이디어와 수정 보완사항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었고, 부스에 있던 직원들은 고객과 진정성 있는 소통과 시연 활동을 하며 브랜드 홍보와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바이어 상담과 현장 매출을 통해 ‘선전’과 ‘판매 촉진’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더욱 재밌었던 것은 대표자가 하루 종일 손님을 초청해서 커피를 마셨던 활동이었다. 실제로 대표자는 행사 2주전부터 과거 거래처나 현재 거래처, 새롭게 알게 된 바이어, 그리고 꼭 거래가 필요한 바이어에게 전화나 문자를 통해 참가 소식을 알렸고, 전시회라는 제3의 장소로 부담 없이 손님을 초청하여 제품의 반응을 보여주고 신규 납품 관련 상담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매출로 연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즉, 이 기업은 마케팅 전문용어로 포장만 되어 있지 않았을 뿐, 전시회를 통해 마케팅의 기본이라 불리는 활동을 한꺼번에 하고 있었으며, 마케팅과 세일즈의 성과와 더불어 다양한 결과물들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끌어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많은 기업에서 전시회를 단순히 하나의 판로 차원으로 접근하지만, 판매와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게 되면 전시회의 훨씬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시간과 노력, 비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훨씬 큰 그림을 목표로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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