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이라는 제3의 공간, 사람에 집중하라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페 공부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 되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로 향한다. 그들이 내 방이나 도서관을 두고 굳이 카페를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부가 잘 되기 때문에. ‘실제로 그럴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시작된 실험과 연구에서 개방된 공간과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적당한 소음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오감을 통한 자극을 통해 어떠한 생각과 느낌을 만든다. 즉, 누구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감각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느끼는 미각만 활용하는 것이 아닌, 그릇의 모양, 음식의 색깔을 보는 시각과 식욕을 돋우는 후각, 분위기를 높이는 음악과 음식의 소리를 듣게 하는 청각, 좌석의 위치와 의자의 편하고 불편한 정도를 느끼는 운동감각(촉각)을 모두 동원해 종합적으로 맛을 판단한단 의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은 실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그래서 요즘 인공지능(AI)만큼이나 뜨고 있는 분야가 ‘뇌’ 과학 분야이다. 사람의 ‘뇌’는 하루 3만 번이 넘는 판단을 내린다고 하는데 그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우리 ‘몸’이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기업과 고객에게 있어 모두에게 낯선 제3의 공간이다. 낯선 공간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는 묘한 심리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그 느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감각을 곤두서게 만든다. 전시회에 방문한 고객들은 눈과 코와 귀를 통한 경험이 동시에 작동한다. 제품의 크기, 형태, 색, 재질, 조명, 내부 구조, 디자인, 벽에 무엇이 걸려있는지, 사람들의 얼굴, 표정, 옷 등 다양한 시각적인 자극을 처리하며 그와 함께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의 목소리, 익숙한 멜로디, 좋아하는 음악에 자동으로 시선이 향한다. 후각은 이미 각종 냄새를 통해 여러 가지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익숙한 냄새, 좋아하는 냄새를 본능적으로 찾아내기도 한다. 기업이 준비한 체험마케팅과 오감을 자극하는 부스 연출은 이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감각을 통해 무엇을 느끼는지가 아닌, 감각을 통해 느낀 것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만드는지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매체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주로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반면, 전시회는 실물을 직접 보고, 만져도 보고, 체험해 보고 설명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3차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실물을 직접 경험한 고객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 느낌이 뇌에 각인되어 축적되게 되고 그 기억은 다른 매체와 비교해 훨씬 길게 기억된다.
경험하면 좋아하게 된다는 말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경험했던 브랜드를 무의식중에 떠올리고 호감을 갖게 된다는 심리로써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고객에게 경험을 먼저 제공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팝업스토어가 유행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는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거나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 구매율이 높이 진다는 연구 결과에서 착안한 것이다.
또한 전시회라는 공간은 기업이 영역도 아닌, 고객의 영역도 아닌 ‘중립지대’라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높은 천장, 적당한 소음, 집이나 일터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는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고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통제하기 좋은 조건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객관적인 피드백을 얻기도 용이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상담이 가능하며 그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이로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