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향을 알려주세요.
과거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중에 '무한 도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조정이라는 경기 종목을 주제로 진행했던 조정 특집이 있습니다.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노를 저어서 목적지를 도달하는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조정 특집을 통해 제가 알지 못했던 역할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형돈 씨가 맡게 되었던 콕스라는 역할이 바로 그것입니다. 콕스는 직접 노를 젓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가 앞만 보며 노를 젓는 것과는 달리 콕스는 목적지를 보며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키잡이 역할을 합니다. 콕스가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어야 사람들은 그 방향에 맞게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또,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현재 상황과 남은 목표를 전해 들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집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콕스는 배를 앞으로 가게 하는 목적으로는 하는 일이 없지만 전체의 목표를 향해 가고자 할 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콕스라는 역할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갖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항목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콕스가 배의 방향과 속도를 다른 선수들에게 요청하고 조율을 하는 것처럼 프로젝트 관리자도 프로젝트 팀의 현재 상황과 방향을 알려주며 서로가 일을 잘할 수 있게 돕고 이끌어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에 대한 현황을 잘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시점에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각 필요 시점에 이를 알려주고 독려해야 합니다. 적절한 시점에 그 동작을 행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가 작업해야 하는 시점과 해야 하는 작업에 대한 요청을 명확히 알려줘야 프로젝트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처한 시점에 맞지 않는 요청을 하게 될 경우, 배가 다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작업들도 목표를 이루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각 담당자분들은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 대한 책임을 갖고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책임은 자신이 해야 하는 작업을 위주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내가 할 일 외에는 보기도 어렵고 잘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방향을 맞춰가는 일이 없다면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면 어떤 효과를 맞이할 수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각자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지 등. 프로젝트가 하고자 하는 것과 그 방향을 서로가 확실하게 인지할 때까지 공유해야 작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부분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무한도전의 조정특집에서 많이 회자되는 부분은 조정 경기가 끝났을 때, 정형돈 씨가 지친 팀원들을 격려하는 장면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들을 더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서로가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독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프로젝트 관리자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지칠 수 있고 사람이기 때문에 또 사람에게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또 움직여지는 게 사람입니다. 바로 이런 사람의 마음을 알아채고 서로를 응원해야 가고자 하는 길로 잘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서로가 맞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안내해야 하고 서로가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도 잘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지치지 않도록 격려도 해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에는 결국 신뢰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조정 팀원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믿을 수 있어야 그 신뢰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끔 배를 움직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