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십을 잊지 마세요.
리더가 되면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리더십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 어떤 분들께서는 이 내용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 이렇게 생각했던 제가 아주 혹독하게 그 대가를 치렀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학생회장이라는 직위를 보고 그에 합당한 권위와 자격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무슨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잘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세 좋게 계획하고 실행했던 개강총회라는 첫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저의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저는 그 모습에 실망했습니다. 급기야 그 실망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제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시간이 흘러 MT를 진행했고 행사를 마무리한 뒤, 잘 끝내었다는 생각에 푹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학과 카페의 익명게시판을 절대 보지 말라는 충고였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지 싶은 생각에 카페를 들어가게 되었고 그제야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MT에 실망한 사람들의 글이 익명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글은 비슷했습니다. 행사가 내가 낸 돈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제공했어야 하는 물품을 조달하는 부분에 실수가 있었고 그걸 너무 늦게 알아차려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달해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몰랐던 사람들은 저를 비판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겪은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어떤 사람은 이 모든 일을 겪은 게 제가 제대로 일을 못해서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그저 놀리는 상황이 재미있어 놀릴 뿐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글은 그저 글일 뿐이었지만 제게는 그 글 하나하나가 마치 칼과 같았습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들리는 사람의 비난이 마음에 깊게 박히는 고통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체험을 하고 나니 나는 리더라는 위치를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다른 과의 학생회장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고 100%의 만족이 아닌 최소한의 불만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리더는 자신의 직위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 조직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신뢰를 줘야 팔로워십이 형성이 되고 그제야 리더십이 의미가 있게 된다라는 것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前 학장인 조지프 나이 교수는 올바른 리더에 대한 조건 중 하나로 팔로워십(Followership)을 설명했습니다. 한 개인이 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따르는 능력을 의미하는 팔로워십은 리더와 함께 있는 팔로워들이 기꺼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통제적이고 강압적인 리더가 팔로워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보상이라는 방법 밖에 없지만 팔로워십이 뛰어난 리더의 경우는 팔로워들이 리더의 방향성을 인지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팔로워십을 높이기 위해 조직들은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지만 호칭을 통일하거나 직급을 폐지하는 것만으로는 팔로워십은 높아질 수 없습니다. 정말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그 마음이 포함된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가 형성되는 시간까지 인내심을 갖고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리더는 개인이지만 팔로워는 여러 명이기 때문에 각자의 마음에 팔로워십이 커지기까지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 서번트 리더십이 점점 각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팔로워십을 높이기 위해서는 팔로워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모습을 잘 느끼게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서로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인지하게 하여 함께 움직이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개념 자체가 결국은 팔로워십의 형성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 내용은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 리더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 규모가 작던 크던 다르지 않습니다. 올바른 리더십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많이 이해하고 생각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참된 리더로서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의 팔로워가 있어야 리더가 의미 있는 것처럼 팔로워들에 대한 생각과 고려가 충분히 되어 있어야 그 조직을 대표할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은 혼자서 만들 수 없습니다. 리더만 생각한 리더십은 자기만을 위한 생각일 뿐입니다. 나의 조직을 위해서라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팔로십을 얻는 고민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 팔로워십들이 모여 나의 리더십이라는 형태로 완성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