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좋기만 하는 일이 존재할까요?

남의 일은 늘 부럽지만 그 사람도 날 부러워할 겁니다.

by 시혼

개발자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왜 업무를 변경했는지 질문을 들을 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선택하게 되었다고 초점을 맞춰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맡은 일은 문제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담당으로서 신경 써야 하는 글로벌 시스템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늘어나는 만큼 이 시스템들을 문제없이 운영해야 해,라는 부담감도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시스템들은 보통 아무리 내가 문제없이 개발을 하고 테스트를 했다고 하더라도 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매번 새롭게 발생되는 문제들은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덕분에 매번 신규 버전을 출시할 때마다 홀가분하기보다는 부담감이 더 가중되었습니다.

주말이던 새벽이던 항상 문제없이 실행되어야 하는 서비스는 약간의 문제 조짐이라도 보이면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니 마음 편히 쉬는 일은 점점 줄어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만든 제품이 세상에 출시된다는 성취감보다는 또 문제가 발생해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와 같은 걱정과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업무 변경을 통해 그 부담감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매니저가 정확히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잘 보지 못했습니다.

담당으로서 책임지고 개발을 하는 개발자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담당을 갖고 있는 영역이 딱히 없기 때문에 업무의 책임을 모두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개발자의 저는 매일 24시간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고 저 외에 다른 사람들은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저 혼자 생각해 버린 것도 있습니다.

당시의 저는 '다른 업무를 하게 되면 지금의 내 모습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게 되었을 때는 개발자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의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개발자였을 때는 그냥 일을 해버리고 결과를 바로 알려주면 되었지만 프로젝트 매니저는 담당으로서 개발을 하지 않다 보니 그저 요청만 할 뿐, 타인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답을 얻어낼 수 없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그 역할이 바뀐 상태로 요청만 하다 보니 답답함과 무력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참 많이 속상했습니다.

이럴 바에야 그냥 내가 개발하고 결과를 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졌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만큼 이 일은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았고 제가 느끼지 못했던 단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가 보면 당시의 제가 기술이 많이 부족해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 게 원인이긴 합니다.)

good-1123013_1280.jpg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회사나 다른 업무를 바라볼 때, 좋은 것만을 바라봅니다.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는 나쁜 것들을 먼저 바라봅니다.

늘 남들의 모습은 부럽게만 여겨지고 나는 그들에 비하면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내가 갈망하던 모습을 쟁취하게 되었을 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면을 알게 되고 또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좋기만 하는 일은 존재할까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전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만의 고충은 있고 아무리 일이 많고 힘든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만이 생각하는 일에 대한 장점은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장단점은 확실하게 있습니다.

그 장단점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필요한 건 나의 객관적 시선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원한다면 또는 내가 무언가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 일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내가 놓치고 있던 관점을 찾아낼 수 있고 그 관점은 내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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