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후기 - 성공지상주의와 자기 왜곡
연극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한 가장이 자살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윌리 로만'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공을 중시하는 캐릭터다. 윌리는 극 중 내내 자기분열적 행동을 보인다. 윌리의 형과 대화하는 것은 사실 윌리 내면의 성공주의적 자아와 대화하는 것으로서 극이 진행될수록 윌리의 신경을 자극한다. 윌리에게는 '해피'와 '비프'라는 아들이 있다. 해피는 극 중 이름과 같이 큰 고민 없이 삶을 가볍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아버지인 윌리가 큰 고통에 있는지도 알지도 못하고 여자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인물이다.
반면 형 비프는 공감적인 인물로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 윌리는 능력도 없어서 친구에게 돈을 빌려 아내에게 생활비를 가져다주지만, 자신은 언제나 잘 나가는 세일즈맨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초록색 벨벳 신발을 신은 노 세일즈맨을 회상하며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은 성공 그 자체이며, 아들 비프는 이런 아버지의 욕망이 투사된 대상이다.
비프는 34살이 되도록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한다. 그는 방황의 기간 동안 아버지가 자신에게 투사한 성공 욕망을 깨고 객관적인 자기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직도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자식마저도 자신의 왜곡에 동참시키려 하는 아버지 윌리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 윌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결국 아들 비프의 실패는 자신의 잘못된 교육과 행동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아들의 새 출발을 위해 자살을 선택한다.
연극의 첫 시작부터 윌리의 큰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남성의 상반신만 한 가방은 어색할 정도로 과장적이다. 하지만 이 과장 속에서 아버지 윌리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성인 2명의 상반신만 한 가방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하는 그의 모습은 결코 가볍게 넘길 모습이 아니었다.
윌리가 묵씀을 끊으며 나무에서 떨어지는 샌드백 또한 한 남성이 짊어온 삶의 무거운 짐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극장이, 천지가 흔들리며 천둥 칠 정도로 그의 죽음은 무거운 죽음이었다.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면서 무대가 좁아지는 변화가 있다. 처음에는 무대의 경계를 알리는 벽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극중인물들을 좁게 가두는 아파트 벽이 되어버렸다. 그 좁아지는 순간 성공지상주의로 상징되는 윌리의 형이 벽 위에서 마술적으로 고함을 친다.
극 중 대사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캐릭터들 간의 갈등이 표출된다. 대사를 치다가 누군가 끼어들면 '내 대사'라며 끼어들지 말라는 말은 윌리가 아내인 린다에게, 윌리의 사장인 하워드가 윌리를 향해 전해진다.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언어적 독점이자 폭력이다.
극 중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인물은 윌리의 아내 린다다. 린다는 남편 윌리의 무너져가는 정신을 붙들기 위해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 아들들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요구한다.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이해이자 사랑인 것이다. 그녀는 돈을 많이 못 벌면 어떠냐며, '괜찮아요. 굶어 죽지는 않잖아요.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라며 돈 때문에 죽고 살려는 가족들을 품는 지혜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버지 윌리는 자신을 향한 사랑을 보지 못한다. 윌리는 '비프가 성공하면 나를 더 좋아하겠지?'라며 비트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살을 택한다. 극의 마지막, 비프의 장례식에서 린다는 모든 빚이 사라지고 물건들이 자신의 소유가 되었지만, 남편인 윌리는 이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물적 자유를 얻자 신체적 자유가 사라져 버린 윌리를 보며 린다는 한탄한다.
'무엇이 진정한 자유'인지, ' 누구로부터의 자유'인지,
진정 '나는 자유한지'...
조금 있으면 어버이날이다. 20대 초반인 우리들의 아버지는 퇴직을 하셨거나 하실 준비를 하는 중일 것이다. 한편생 가정을 위해 돈을 벌어다주시느라, 가족과 거리감이 있을 수도, 심한 경우든 돈 버는 기계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신다.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하셨거나, 윌리처럼 비뚤어진 마음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당신께서는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얘기하시기보다 에둘러 '어떻게 살고 있니'라고 물으시며 걱정하신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런 아버지의 마음이 비뚤어져서 표현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연극이다. 같이 간 친구나 필자나 모두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장소: 예술의 전당(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출구에서 5분 정도 도보로 이동)
- 만 24세 이하 당일 할인이 가능(나이가 되는 분들은 이 혜택을 꼭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