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걸, 들려오는 소리

Unkown X, Humanity를 찾아서

by 우리살람


1. 도시를 지배하는 소리
당신은 당신 주위를 지배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의 도시적 일상에서 시공간의 흐름을 지배하는 소리는 시계 바늘 소리가 아니라, 사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이지 않을까. 도로는 정보의 근원이 되는 사람, 그리고 물자를 수송한다. 그것들은 도시의 미세혈관처럼 작용한다. 차는 24시간 어디에서나 다니고, 그것들은 정지와 운행을 반복한다. 마치 시계 바늘처럼말이다. 그러나 그것들의 소리는 초침소리보다 위협적으로 그리고 싸늘하게 느껴진다.


2. 언노운 걸이라는 영화는?
일반적으로 영화는 시각, 청각을 이용한 문화예술이다. 그러나 영화 언노운걸을 운동하게 하는 감각은 여러 가지의 복합적 감각도, 시각도 아닌, 단 하나의 감각, ‘청각’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다르덴 형제(감독)는 은행나무 열매 같은 담백한 소리를 들려준다. 먼저, 배경음악이 없다. 그 배경음악 대신 들어간 것은 삭막한 도시를 대표하는 찻소리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찻소리는 계속된다. 아니, 그것만이 남게 된다.


엔딩 크레딧이 내려오는 상영관에는 찻소리만이 적막하게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현실의 찻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도 저기도, 찻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3. 알럽, 제니- 찻소리를 뚫고 찾아 나서는 의사

주인공 제니가 유력 의료 센터의 의사직과 지역 클리닉의 의사직을 고민하는 도중, X가 무연고 사체로 발견된다. 제니는 X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한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희생자 X의 생명을 보잘 것 없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그 과정들은 찻소리로 가득하다. 자신이 치료하던 남학생과 그의 가족들. 트레일러의 주인과 그의 아버지. 모두 한 Community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너무나 무력하게 찻소리에 묻힌다.

X를 찾는 제니에게 그만두라고 경고하는 장면

그리고 그 찻소리에 끼어들어 새롭게 사건을 진행 시키는 것은 다름아닌, 누군가를찾는 벨소리이다. 그것은 제니가 진료 중일 때 병원의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와,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울려오는 전화 벨소리다. 물론 제니도 원래부터 이런 벨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병원 운영시간 이후에 들려오는 호출을 무시하고 그 결과로 X의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나서부터, 그녀는 주변의 경고음에 귀를 열었다. (사실, 이 호출에 대한 줄리엔의 반응이 그녀 안의 Humanity를 깨우게 했다!.!)그리고 그녀는 X를 찾아 나선다. 치료행위의 시작이다.

제니의 그 남자, 줄리엔

4. 두 소리와 자동차의 의미

여기서 이 두 가지 소리는 다른 속성을 지닌다. 먼저 찻소리는 사람들의 무관심(Apathy)과 비인간성(Non-humanity)을 의미하고, 벨소리인간성(Humanity)과 인간 사이의 관계(Relations)를 의미한다. 찻소리는 도시생활에 있어 단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할 때가 많다. 그것은 A(un)-pathy, 감정이 없는 상태임을 시사한다. 이런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상실은 비인간성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영화에서 제니는 한 지역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들의 A-pathy를 보게 된다.

제니를 찾는 벨소리

현대화된 도시인들에게 자동차는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동차는 도시인들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들의 차(car)는 그들 자신(자아)만으로 가득 차있다. 피어시그의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자동차는 자신과 세계를 나눈다고 했다. 그럼으로서 자연스럽게 개인은 세계와 분리되고, 이러한 점에서 자동차의 비인간성을 지적하였다. 다르덴 형제 감독이 이것을 참고하였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자동차는 도시문명의 비인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았다.


제니가 병원 창문턱에 앉아 도시를 바라보았을 때 점점 크게 들려오는 찻소리는 도시의 지배적인 소리가 무엇인지, 다시말해 '도시를 지배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시사한다. 운전자는 차 안에 갇혀 자신의 목적지만 신경쓸 뿐이다. 그러나 제니는 다르다. (걸크러쉬 어택, @.@!)


5. 걸크러쉬, 제니

도시문명의 비인간성에 대한 제니의 반응은 동정도, 경멸도 아니다. 그저 지켜볼 뿐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사로서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할 뿐이다. 여기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녀의 치료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에도 스며든다. 이것은 제니가 현실의 문제(차Car 안에 갇힌 도시인의 한계)를 이겨내고 오히려 그것들을 긍정적으로 이용한다. 이것은 그녀가 차를 타고 다니며, 아파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왕진을 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6. Humanity의 완성과 지금

그녀가 왕진을 다니며 X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그녀의 환자 일부는 희생자 X의 이름을 찾아 주는 것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경찰의 수사가 자신에게 확대되면 자신의 생계에 문제가 생길까봐(그럴듯한 이유다). 하지만 그녀가 왕진을 다니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X에 대한 정보를 제니에게 털어 놓는다. 제니는 결국 X에 대한 퍼즐을 완성한다. 그 퍼즐을 당연히 완성해야 될 경찰(국가 권력)은 제니보다 해결 할 의지가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X의 퍼즐을 완성하고 그 과정에서 진짜 의사가 해야 될 일을 한다. 비인간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의사로서의 직업관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폭력의 위협을 당하는 등 결코 순탄하지 않았고, 자신의 개인적 열망을 내려놓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X의 퍼즐 완성 이후, 제니는 그녀의 인턴이었던 줄리엔이 그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병원 창문 밖의 세계는 자동차 소리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 자동차 소리는 처음 들었던 자동차 소리와는 다르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필자에게는 단순히 차가웠던 찻소리에서 도전해볼만한 찻소리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찻소리는 영화관 안과 밖 모두에서 들려온다는 점에서, 관객을 단순히 영화의 구경자로 남겨두지 않고 세상의 참여자이자 도전자로 이어지게 한다.


휴머니티의 소리는 다름아닌 가슴에서 울리는 법이다.
가슴 따뜻한 울림을 원한다면 그리고 제니와 줄리엔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보기 원한다면,
꼭 한 번 영화관을 찾아가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