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친구에게 권하는 팟캐스트 ⟨일친구⟩
며칠 전 오디세이 선원들이 다 함께 모여서 직장인 친구 J를 만났다. 대학생 시절에 학회 활동을 함께했던 J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덕업일치를 해내어 취미가 그대로 업의 인풋이 되는 아주 멋진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J가 들려주는 ‘일하면서 힘든 순간들’은 대체로 일보다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것들이었다. 특히 업무 외적인, 그러니까 직장 동료들과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듯했다.
내가 경험해본 상황이 아니라서 어떤 조언들을 하진 않았지만, J의 고민을 들으면서 같이 나누고 싶은 말들은 있었다. 선을 넘는 동료로부터 적절한 거리감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태도를 내비치면 좋을지, 슬럼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조건은 뭐가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친구’가 있는지. 나는 J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줄 만한 지혜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신 내가 최근 즐겨 듣던 팟캐스트 ⟨일친구⟩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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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얘기 하면서 친구가 되었고,
친구가 되어서도 일 얘기를 하는 사람들
김도영, 원지수, 이승희"
⟨일친구⟩는 네이버에서 일로 만나 친해진 세 명의 ‘일친구’ 이승희, 원지수, 김도영 세 분이서 평소에 나누는 일 얘기를 기록하고, 또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던 누군가의 일친구가 되어 주려 시작한 팟캐스트다.
나는 아무런 설명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음원 플랫폼을 어쩌다 스포티파이로 갈아탄 김에 서비스를 둘러보다 우연히 이걸 발견했다. 그래서 이걸 실제로 청취하기 전까지는 ‘일잘러들이 말하는, 일 잘하는 법’에 초점을 둔 내용이지 않을까 짐작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연차가 최소 10년이 넘는 세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평소에 내가 품고 있던 질문들과 밀접하게 닿아 있어서 놀라웠다. 자신이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원하는 (혹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겨 들을 만한 팟캐스트다. 많은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새로이 이해하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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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친구의 주제 의식은 한 마디로 “일은 행복하자고 하는 것”. 그래서 프롤로그에서 일친구가 왜 필요한지, 팟캐스트의 기획 의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들은 마음 맞는 일친구가 없어서 불행을 느꼈던 경험담이었다.
‘일하는 사람끼리는 친구가 될 수 없어. 워라밸 지켜야 돼’
세상엔 이런 목소리가 크잖아요.
- 마케터 이승희
‘그 연차에는 원래 그런 고민 하게 돼. 재미없을 때 됐지.’
이런 말들이 너무 일반화되면 나도 모르게 세뇌당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 브랜드 경험 기획자 김도영
일 얘기라는 게 어떻게 보면 터부시되는.
회사에서만 해야 하고, 회사 사람이니까 굳이 일 얘기를 하는 거고,
퇴근 후에는 절대 노터치여야 하고.
- 브랜드라이터 원지수
우리 같은 목소리들이 분명 더 있을 텐데,
이것이 줄어들지 않게 보이스를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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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친구⟩는 삼인삼색 일 얘기가 묻어 나오는 대화를 7개 카테고리로 나눠 저마다의 일하는 방식을 제법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성장, 협업, 관계, 직무, 취향, 슬럼프, 행복까지 쭉 듣다 보면 세 분의 가치관이나 관심사, 경험이 생각보다 겹치지 않고 이질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셋의 시야를 모으면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적 상황을 나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나 다른 셋이 서로의 일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모두가 ‘일’에 대해 같은 상식을 공유하고 있던 덕분일 것이다. 일과 삶은 별개가 아니라는 목소리. 일터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 방식은 달라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믿음이 주는 안정감이, 바로 우리가 일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어느 날 생각을 하다가, 제가 너무 외로운 거예요.
내가 일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과 내 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거예요.
친구들 중에 대화 주제로 일을 가져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240820, Ep 0. 프롤로그
“‘어떻게 일하면 행복할까?’ 이런 질문이 어딘가에선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이런 얘기로 밤을 샐 수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일하는 본인을 고유한 존재로 보고, 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고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41002, Ep 7. ⟨행복하게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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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친구라는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지만, 또 누군가는 그런 관계에 중요도를 높게 매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일터와 일터가 아닌 곳을 가능한 한 선명하게 구분함으로써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이해가 된다. (J는 이쪽에 조금 더 쉽게 공감하는 듯했다.)
내 생각에 일에 대해 같은 상식을 공유하는 ‘일친구’라는 존재는, J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 같다. 내 일에 대한 애정이 크고 일과 삶이 상당히 통합된 사람이라면 직장에서의 문제적 상황에 대해서 단순히 ‘퇴근하면 땡이지’ 하고 넘기기 쉽지 않다. ‘일로 만난 사이’를 내 일상으로 끌고 올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감을 그에게서 느낄 때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J에게도 그만큼이나 멋진 동료가 나타나길 바란다. 서로의 일친구가 되어주길.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설득적이다.
대체 불가한 기획자로 성장하는 에세이 프로젝트, 오디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