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미키17⟩ 해몽하기
⟨미키17⟩에서 익스펜더블(소모성 인력)을 만드는 생체 프린팅 기술은
1. 어린 시절부터의 거의 모든 기억을 보존하고 되살리는 백업과
2. 미키n이 미키n+1의 잉크가 되는 사이클러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 프린터가 작동하는 논리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생각이 곧 ‘나’이고,
2. 인생은 내 ‘경험의 총합’이다.
다시 말해 이 프린터는 익스펜더블이 겪는 모든 심리적 사건들을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망각의 축복도 의심도 허락하지 않는 시스템,
익스펜더블 프린터가 끊임없이 재생산하던 것은 다름 아닌 자책이었다.
프린팅은 어쩌면 미키의 머릿속
반추(Rumination)를 의미하는 것이다.
“너 잘못이 아니야.” / “죄책감은 이제 그만.”
백업과 사이클러가 만든 영원한 죄책감의 루프에 지쳐 쓰러진 자리에서 자책을 끊고 ‘성장하는 나’가 깨어나는 것이, 바로 ⟨미키17⟩의 플롯이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실제 ‘나’와는 별개이며 그저 인지라는 것. 이것이 심리치료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셀프 디스턴싱(생각과 거리두기)이다.
우울을 반추하길 멈추고 객관적으로 성찰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키17과 18의 멀티플은 마치 거울 같은 것 아닐까.
‘진짜 내 멀티플을 죽여야 하나? 부수어야 할 것은 거울인가 프린터인가?’
미키들에게 조금이나마 몰입하는 체험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영화관 좌석들 사이사이 거울을 설치하는 ‘미키17 멀티플 상영회’를 떠올렸다.
내 멀티플과 나란히 앉아 ⟨미키17⟩을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