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달리고 싶다면 보폭을 좁혀라

일도 러닝도 주니어인 내가 '주경야런' 하면서 배운 것

by Cyrano

1.

인턴을 다시 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리고 지금 일터에 나가면서 여러 번 새겨 놓는 생각. 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


예전엔 그게 "빨리 잘하고 싶다"였다. 전 회사에서 사수님이 일을 잘하는 건 결국엔 누구나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태도가 전부라고 하셨을 때도 머리로나 알았지 마음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내 성과에 대한 자타의 인정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눈에 띄게 잘하지 못하고서 받는 인정은 그저 위로와 다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취준하면서 '사랑받는 주니어'가 되려면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까, 생각하다보니 비로소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적시에 필요한 도움을 잘 주는 사람이 되어야 했고, 그러자면 당연히 내 성과에 집착하거나 조급해져선 안 됐다.


2.

첫 출근하기 전에는 회사에서 하기 어려운 ‘내 기획’을 퇴근 후에나 주말에 본격적으로 해볼까 했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맡은 일도 완벽하게 못 해내면서 무슨...’ 하는 생각이 들어 자중하게 된다. 차근차근, 성장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주니어가 되기 위해서, 뭔가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애써 참아낸다.


그 대신 요즘 퇴근하고 나서는 러닝을 제일 열심히 한다. 나는 일하면서 체력을 보전하지 못하면 생길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들을 두루 알고 있다. 일터에서 오래도록 성실하고자 한다면 체력은 필수다.


재밌는 점은 너무 잘하고 싶다는, 아직 다 버리지 못한 그 오래된 마음가짐이 달릴 때조차도 내 뛰는 폼이나 기록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이다. 목표한 거리를 더 빨리 뛰고 싶어서 겅중겅중 큰 폭으로 뛰고, 그래서 한 30분 뛰면 무리가 와서 더 뛰기 어려워졌다.


3.

나중에 찾아보니 케이던스(1분당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를 낮게 잡고 보폭을 넓혀 뛰는 건 나 같은 초보 러너들의 흔한 실수였다. 무리 없이 오래 달리기 위해선 케이던스를 높여야 한단다.


이제 나는 보폭을 좁혀 그만큼 한 발 한 발을 더욱 신중하게 내딛는다. 힘이 들 때 내가 어디부터 약해지는지 발견하고 고친다. 내게 맞는 호흡을 찾고, 번복하고, 지킨다. 이 걸음을 일터로 잇는다. 낮에 일하고 밤에 뛰면서 배운 사실은, 일도 삶도 착실히 움직이는 사람이 오래 갈 수 있고, 오래 달리면 언젠가 반드시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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