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순간의 방심
30개월을 앞둔 우리 아이는 주변에서 봤을 때 처음 보면 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가끔은 “이 정도면 셋도 키우겠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가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다들 잘 믿지 않는 분위기다. 아이가 분위기 파악을 잘 하는 것 같은데(눈치가 빠르단 이야기), 낯선 환경에 가면 조용하고 차분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있을 때 뒤로 숨거나 협조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러나, 엄마 아빠 또는 조부모님 등 편안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과감해지고 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어디 다치지 않고 건강히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에 있던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상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고 있는데 추워진 날씨라 외출도 거의 못하고 실내에서만 지내다 보니 나와 와이프를 보면 “밖에 나가~”란 이야기를 종종 하고, 손을 붙잡고 끌고 나가려다가 추워서 안된다고 하면 울면서 바닥에 주저 앉거나 드러눕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외부 활동을 좋아한다. 외부 활동 중에서도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키카카페(키즈카페)!”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염두에 두고 있다가 기회가 닿으면 종종 데리고 키즈카페를 가곤한다. 주말 오전에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괜찮은 키즈 카페를 추천 받아 방문했다. 저녁 일정을 위해서는 낮잠을 잘 자야 협조적이 되고(못자는 경우… 상상하는 그대로의 진상이 된다…) 낮잠 시간과 겹치긴 하지만 다녀오는 길에 조금 재우고, 집에 와서 조금 재우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키즈카페를 데려갔는데 역시나 너무나도 잘 놀고 재밌어했다. 나중에 시간이 다 되서 나오려는데도 더 있고 싶어하는 눈치라 그냥 두고 싶었지만, 점심도 먹어야하기에 다음에 오자하고 데리고 나왔다. 점심 먹을 때부터 약간의 떼부림이 있었지만 평소 절반 정도는 잘 먹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는 헤드뱅잉을 하며 곯아 떨어졌다.
역시 졸려서 그랬구나, 다음에 또 그 키즈카페 데려가서 오래 놀게 해주자는 이야기를 와이프와 나누며 30여분을 운전해서 집으로 왔다. 평소 같으면 차에서 내려서 안고 집에 들어가서 바로 잠들곤 했는데 이 날은 유독 잠에서 깨서 밖에 더 나가고 싶어 했는데 신발장 앞에서 주저 앉아 떼쓰며 울고 난리를 피웠다.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서 낮잠 자도록 유도했는데 결국은 잠들지 않았고 혼자서 이리저리 놀았다. 저녁 약속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아이에게 나가자고, 옷입고 준비하자 하니 너무 신났는지 격하게 흥분하는 상태가 되었다. 곧 나가야지 하는 순간에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게 아닌가. 와이프가 바로 안고 상태를 확인했는데 입안에서 피가 쏟아지고 아이는 계속 “아파, 아파, 안아줘”하기에 와이프와 나는 매우 당황했다. 피는 점점 더 많이 났고, 아이의 울부짖음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격한 고통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빨이 상한 것 같았다. 와이프도 같이 울고, 나도 더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지만 우선 아이 입에 티슈를 물려주고 지혈하면서 119에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출동을 요청드렸고, 약속 잡은 분들께도 연락드려 양해를 구했다. 이후에 출혈이 좀 줄어들기 시작하여 상황 파악을 해보니 온전한 모습으로 뽑힌 이빨이 바닥에 보여서 챙겨뒀다. 그리고 얼른 준비해서 밖으로 나가던 중에 구급대원 두 분을 만났다. 질의응답이나 육안 확인 등을 통해 응급실 이송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여기저기 연락을 해주셨고, 아이 치아는 혹시 모르니 흰우유에 담궈서 병원으로 이동하자 하셨다.
주말이다보니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 병원들이 환자가 많거나 전문의, 장비 등이 없으니 진료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인근 병원 중 한군데가 접수는 가능하지만 대기가 길 것 같다는 의견이라 어쩔 수 없이 거기라도 가자는 분위기였는데 구급대원분이 “근처에 유아, 어린이 전문 치과가 있으면 좋은데 없네요”라고 이야기하셨고 와이프가 여기서 바로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아이를 데리고 종종 진료 받으러 갔던 아동 전문 치과가 여기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주말에도 진료 받으러 갔었기에 확인해보니 접수 가능하다고 하여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응급조치를 잘 해주셔서 아이 지혈은 다 되었고, 진정이 좀 됐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평소에 “삐뽕삐뽕!”이라고 이야기하며 좋아하던 구급차를 탄게 신기했는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이게 모야아?”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아픈데도 그러는거보니 기가막혔지만 아이는 아이인가보다 싶었다.
병원 위치가 찾기 쉬운 곳은 아니었기에 구급대원분들도 근처에서 조금 해매긴 했지만 그래도 물어물어 근처에서 내려주셨고, 와이프가 초인적인 힘으로 아이를 들고 뛰었다. 다행히 대기 인원도 많지 않아서 접수한지 얼마되지 않아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가뜩이나 놀란 아이가 낯선 기구에 눕히자 더 바둥거리고 울부짖는데 부모로써 마음이 참 아프고 괴로웠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 아빠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말이 뭔지 유독 강하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역시 소아전문치과답게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뽀로로 영상도 틀어주시고 아이를 잘 케어해주셔서 무사히 엑스레이 촬영을 마쳤다.
이후에 의사 선생님께서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시고, 아이를 직접 진료해보시더니 우리 부부를 모니터 앞으로 부르셨다. 뽑힌 치아 갖고 왔는데… 라고 하자 안갖고 오셔도 됩니다. 라고 이야기해주셔서 그 순간 ‘다시 심을 수는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나 뿐 아니라 와이프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매우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는데, 우선 치아가 아주 깔끔하게 뿌리까지 잘 뽑혀서 추가 치료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유치가 빠진 것이기에 뽑힌 치아를 다시 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 금지된 영역이라 하셨기에 실망스럽긴 했지만, 영구치가 나오는 과정에서 문제도 없을 것 같다며 나름의 안심을 시켜주셨다. 그리고 추가 진료 없이 일주일 정도 소독만 잘 시켜주면 되니 걱정말라고 말씀하시며 진료가 종료되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아이 데리고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하셨다.
밖으로 나오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울먹거리는 와이프를 토닥여 주시며 “저도 아이 엄마이고 둘째라 아들이라 그 마음 잘 알아요. 저 F라 어머님 우시면 저도 눈물나요.” 하면서 같이 울먹울먹하셨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와이프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흐르긴했지만 큰 위로가 되었는지 금방 또 씩씩해질 수 있었다. 이후에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다독여주셨는데 “이렇게 치아가 깔끔하게 잘 빠진 것도 다행이에요. 부러지거나 깨지거나, 잇몸이 더 찢어졌으면 1~2주 후에 추가 내원하거나 조치를 더 받아야 하는데 이 정도면 염려하시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하루에 2~3번 소독만 잘해주시면 되고, 다음번 정기 진료 때 뵐게요”라고 이야기해주시면서 약과 거즈 등을 주시며 차분하게 상황 정리가 잘 되었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기에 불안한 마음에 받았는데 방금 그 간호사 선생님께서 와이프에게 “소독약 알려드린다는게 깜빡했어요. 혹시 드린 약이 부족하면 헥사메딘 약국에서 사서 사용하시면 돼요.”라고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여러모로 상세하고 친절하셔서 감사하네 라고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삐뽕삐뽕 탔어, 울었어. (구급대원)아저씨 어디갔어?” 라고 이야기하기에 “오늘 아픈 사람이 많아서 엄청 바쁘셔, 감사합니다 하고 이야기 드리자.”했더니 “감다합니다” 했다. 집에 와서는 이에 바람 구멍이 크게 난게 스스로도 신기한지 거울 보며 이~ 하면서 쳐다보긴 했지만 저녁은 또 신나게 잘 먹었고, 간식도 엄청 먹었다. 우리 부부도 보면서 가슴아프고 마음 찢어지긴 했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응급상황을 마무리 짓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날 그 순간을 돌아보며 교훈을 삼아보고자 한다.
첫째, 아이를 돌보는 것은 매 순간순간이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위기상황이기에 신경을 쓰고 또 써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바로 옆에 있던 아이가 그 찰나의 순간에, “앗”하는 상황에 처할 줄 어찌 알았으랴. 그래도 우리 부부가 함께 즉각 조치했기에 더 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고, 교훈을 얻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던 뼈아픈(뼈 빠진ㅋ) 경험이었다.
둘째, 긴급상황에서 빨리 출동해서 상황 파악 및 대응해주신 119 구급대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침착하게 잘 대응해주시고, 병원도 알아봐주시며 빠른 이송까지 해주셔서 초동 조치가 잘 진행될 수 있었다. 두 분 중 한 분은 아이 아빠셨는지, 아이를 건네 받던 과정에서 “아빠가, 아니 삼촌한테 와”라고 이야기 하셨는데 아이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피식하면서 우리 부부도 긴장이 완화될 수 있었다.
셋째, 신속하고 친절하게 잘 조치해주신 병원에도 감사드린다. 의사선생님의 차분하고 간결한 설명 덕분에 빠른 이해와 체념(?)을 할 수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와 케어 덕분에 와이프는 금방 또 씩씩해질 수 있었다(간호사 선생님은 병원에 칭찬하는 글 올려보려한다. 너무 감사했기에..) 이렇게 전문적이고 친절한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는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는데, 긴급상황에서 응급실 다녀보신 분들은 기존 진료기록 유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넷째, 많이 당황하고 힘들었고 상심했겠지만 이 악물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한 와이프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위기상황에서 서로의 본모습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많이들 싸우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날 믿어주고, 같이 신속하게 행동하고 서로 협심했던 와이프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부부라는 팀은 더욱 강력한다. 더 큰 위기일수록.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통해 역사하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비록 앞니 하나를 잃긴 했지만 우리 아들이 다른 곳 다치지 않고, 씩씩하게 금방 극복하게 하셨으며(이 불효자식은 지금도 삐뽕삐뽕, 아저씨 어딨어를 묻곤 한다.) 우리 부부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를 주심에 감사드린다. 주신 이도, 가져가실 분도 아버지이시기에 그 뜻이 우리 생각과 다를지라도 온전히 믿고 나아가야지.
아이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수 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완전하게 피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한 손길들이 있기에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누리시며, 어려움도 잘 헤쳐나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